노무현 대통령과 전경련 회장단의 청와대 회동은 '참여정부' 출범 후 처음이다. 그동안 대통령과 재계총수의 만남은 모두 청와대 밖에서 이뤄졌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첫 미국방문을 전후해 재계 총수들과 세 차례 만난 이후 최근까지 재계 총수들을 만나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가 진행되면서 전경련은 청와대에 면담을 요청했으나 청와대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응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전경련과 청와대는 최근 반년동안 상당히 소원할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사정을 감안한 듯 노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어둡게 보면 불안하고 같은 사안이라도 밝게 보면 밝으니 올해는 밝은 전망을 갖고 봐주기 바란다"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려 애썼다. 또 "점심많이 드시고 밥값도 좀 내놓고 가시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대해 강신호 회장은 "연두회견에서 대기업노조 생산성 초과임금 인상 자제 당부말씀에 감명받았고 크게 고무됐다"고 화답했다. 재계 회장들이 돌아가면서 건의를 하는 도중 분위기가 좋아지자 노 대통령의 바로 오른쪽 옆에 앉았던 이건희 삼성 회장은 노 대통령의 바로 왼쪽에 자리잡은 구본무 LG 회장을 향해 "구본무 회장에게 부탁드릴게 있다"고 운을 뗀 뒤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자주 나와달라"는 말을 꺼내 참석자들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이날 참석자들은 노 대통령이 입장하기 전 대기실에서 막간의 시간을 이용해 삼삼오오 환담을 나눴다.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이 먼저 이건희 삼성 회장에게 "스키 많이 타십니까"라고 묻자 이 회장은 "그냥 걷는거죠 뭐. 조금 무리하면 허리가 아파요. 한번 배우시겠어요"라고 답했다. 이어 박삼구 회장이 이 회장에게 "8월에 손자 보신다면서요. 손자인지, 손녀인지는 모르겠지만"이라고 말을 건넸다. 이에 이 회장은 "우리가 복잡합니다. 1년에 넷은 낳습니다"라며 "올해 다른 건 몰라도 (내)사주는 좋다고 하던데"라고 받았다. 이후 오전 11시59분쯤 노 대통령이 대기실에 입장하면서 짧았던 환담은 끝이 났다. 정구학ㆍ허원순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