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는 다르다 해도 올해 소망을 기원하는 마음은 하나같아 보인다. 새해가 벌써 보름 이상 훌쩍 흘렀지만 한 해를 준비하는 모든 이의 마음은 아직 설레임과 기대로 진지한 모습들이다. 지난해 우여곡절이 많았던 정치와 경제도,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했던 노사간의 대립도, 금년은 원칙을 준수해 대화와 타협을 통해 화합의 장으로 나아가기를 기원해 본다. 지난해 가장 큰 국민적 관심사는 무엇보다도 경제가 아니었나 싶다. 수도권의 부동산 거품 현상과 극심한 대졸 취업난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나 서민의 피부에 와닿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나 참여정부가 원칙을 통해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 그리고 신행정수도 건설과 동북아 경제전략을 국민적 합의를 담아 추진해 나가는 한편, 국내기업들이 성장 잠재력을 키울 수 있도록 국내외 터전을 마련해 주는데 노력한다면 올해는 확실히 서민의 피부에 와닿는 가시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우리 한국은 올림픽에서 독일을 앞서기도 하며 세계 속에 국가위상을 드높이고, 경제적으로도 국력신장의 기반을 다져왔으나, IMF사태 이후 국제적 위상이 하락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국내기업들이 저임금의 동남아나 중국 등 동북아권으로 사업기반을 옮겨가면서 국내실업자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내수경기가 침체되면서 신용카드의 남용으로 신용불량자 수가 급증하는 등 사회적 불안요인들이 생겨나고 있다.이같은 불안요인들이 해소되지 못한다면 사회 문제의 불씨로 남아 경제를 살리기 위한 국민적 노력에 걸림돌이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정부는 기업활동의 현실을 감안해 한국이 국내외기업들에 사업하기 좋은 곳이 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줘야 할 것이다.대통령 연두기자회견에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사업하기 좋은 환경이야말로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길이며 이를 통해 청년실업문제와 노사간 갈등이 해결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정책이 개발되고 국민적 관심이 모아져야 할 것이다. 요즘 들어 질서라는 말이 구시대적 발상으로 퇴색돼 가는 인상을 받게 된다. 여러 사회적 갈등이나 이권을 둘러싸고 대화와 타협보다는 분열과 규탄을 통한 집단적 움직임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에서 신뢰보다는 불신을 낳게 되는 사례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먼 옛날 어려운 일이 생기면 신문고를 통해 개인적인 억울함을 호소하는 백성과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통치권자들이 있었다. 이러한 모습이 사회적 문제를 해소하는 정서로 자리잡아 왔으나,현재 우리의 정서는 시대적 변화로만 치부하기에는 과거 정서와 너무 많은 차이를 보여준다.개인은 물론 집단에서도 이익을 먼저 쟁취한다는 의도가 앞서다 보니 원칙에서 벗어나 본연의 의도와 전혀 다른 방법을 동원하게 되는 양상도 띠게 된다. 때로는 법의 테두리를 넘어서는가 하면 사회적인 정서도 이를 당연시하는 것 같아 적지 않은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가끔 대외적인 홍보나 선전으로 공론화의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겠지만 일방적이고 무리한 요구로 일관할 경우 노사간의 화합뿐 아니라 다른 집단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상식과 원칙을 토대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성숙한 자세가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불법적 집단 이기주의는 다른 모든 집단의 이익을 생각하는 방향에서 단호하게 조치돼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각계 각층이 서로간의 입장을 이해하고, 대화와 타협을 해나가는 노력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국민적 화합을 토대로 한국이 세계강국 속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같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올해는 정말 우리 국민 모두가 기지개를 펴고 신바람나게 살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경제 살리기에 온 국민과 정부가 총력을 기울이고, 노사가 화합해 경제를 살찌워서, 세계경제에서 한국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는 희망찬 새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지금은 갈등과 불신을 모두 접고 다시금 준비하여 새로운 희망을 향해 도전해 나가야 할 때이다. yoohoo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