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19일로 예정된 노무현 대통령과의 회동이 노 대통령 취임 이후 사실상 첫 재계와의 만남이라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재계는 노 대통령과의 만남을 꾸준히 추진해 왔지만 실제 자리를 같이 한 것은 지난해 5월 첫 방미 수행에 불과하다. 귀국 후 노 대통령이 재계의 수행에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시내 한 삼계탕집으로 오찬 초청을 한 적은 있지만 재계의 의견을 듣거나 특정 사안을 논의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이번 만남이 노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재계와의 대화인 셈이다. 청와대의 회동 제안은 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올해는 경제활력을 되찾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힌 대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기를 자극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경제를 회생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 투자가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새삼 절감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수출 활력을 내수 활성화로 연결하고 이를 통해 서민 체감경기를 진작시켜 나간다는 정책 기조에서 재계의 도움을 구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이번 회동이 일부 재계 총수 소환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불법 대선자금 관련 수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 청와대가 검찰에 대고 직접적으로 수사 방향이나 강도를 주문할 수 없는 시스템에서 전격적으로 대통령과 재계가 자리를 같이 할 경우 검찰에 대한 우회적인 '메시지 전달 효과'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재계는 이번 만남이 우리 경제의 '다급한 위기신호'를 청와대에 강력히 전달하고 '적절한 처방'을 이끌어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재계는 이번 회동에서 정치자금법,시장개혁 로드맵,노사관계 로드맵 등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입장을 설명할 방침이다. 특히 올해 총선 정국에서 정치자금법 등을 통한 선거혁명과 정치혁명을 이뤄 우리 사회가 더 이상 갈등과 반목을 되풀이하지 말고 본격적인 경제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는 또 투자 활성화를 위해 규제완화,금융시장 안정,세제혜택 등 투자 관련 인센티브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다시 한 번 분명히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노사관계 로드맵에 대한 재계의 입장도 이번 회동에서 비중 있게 다뤄질 예정이다. 재계는 "경제가 어렵고 실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노사 모두가 원치 않는 법·제도에 관한 논의는 도리어 갈등을 일으키고 노사관계를 악화시키고 있으니 우선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힘을 모으자"는 뜻을 분명히 전달할 방침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번 회동에서 논의될 여러 가지 현안이 어떤 형태로 마무리되든 4월 총선을 전후해 정부가 경제정책 운용에서 '성장 위주'라는 기조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게 재계의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허원순·장경영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