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의 한 병원 이사장이 4백억원대가 넘는 병원과 부속기관을 직원들에게 내놓았다. 여수시 둔덕동의 의료법인 성심종합병원 이사장 박순용씨(61)는 최근 2백95병상 규모의 병원과 종합검진센터 간호학원 산후조리원 어린이집 장례식장 등으로 구성된 서구재단의 재산·운영권 일체를 포기,이사장 직을 류춘식 신경외과 과장에게 넘기고 자신은 명예 이사장으로 물러났다. 이에 따라 새 이사장이 된 류씨는 전문 의료진 20명을 비롯한 2백68명의 직원 대표로 병원장 정대관(내과전문의), 부원장 김현철(방사선과 전문의),진료부장 임용순(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씨 등을 뽑아 이사진을 구성해 자체 운영에 들어갔다. 또 중요 의사결정 사항과 이익금 배분 등은 직원회의에서 결정키로 했다. 성심종합병원은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이 4백9억여원에 달하고 매년 2백억원의 매출에 7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는 알짜 병원이다. 1983년 설립된 이 병원은 87년 부실 경영으로 부도가 나 박씨에게 인수됐다. 박씨는 은행 자금 등으로 그간 3백50여억원을 투자해 흑자 의료기관으로 키웠다. 서울에서 전기공사와 자재 생산 등 전기관련 사업을 하며 자수성가한 박씨는 고향인 전남 나주에서 동네 노인들이 공적비를 세워줬을 정도로 지난 30여년 동안 소년소녀가장 등 고향의 불우이웃 돕기에 정성을 쏟아오기도 했다. 박씨는 "사회의 덕을 받아 성공했으므로 그 열매를 사회에 돌려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여수 인근에서 레저사업을 펼쳐 그 수익금으로 여수지역 달동네를 살기 좋은 곳으로 탈바꿈시키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선린상고와 수도공전 전기과를 나온 박씨는 2001년 월간 '한국시'에 수필이 당선돼 문단에 등단하기도 했다. 여수=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