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럽게 돌아가던 LG카드 처리의 향배가 결국 산업은행을 주축으로 한 4개 채권은행 컨소시엄의 공동관리로 가닥을 잡았다. 은행과 보험 16개 채권기관이 동참하는 공동관리 해법이 이해조정의 어려움으로여의치 않자, 채권규모가 크고 손실흡수 능력이 있는 국책은행과 주요 채권은행 4곳만을 골라 LG카드 처리를 맡기는 쪽으로 `교통정리'되는 분위기다. 이에따라 LG카드 처리가 청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한 채 정상화 쪽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앞으로의 부실정리와 추가 자금지원을 둘러싼 채권단내 이견조정이 만만치 않아 `매각'이란 궁극적 해법을 찾기까지 앞길이 험난할 전망이다. ◆ 정상화 궁여지책..사실상 산은에 `파킹' 공동관리 구도가 바뀐 것은 은행과 보험사 16개 기관으로부터 `만장일치'로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어렵고, 그렇다고 법정관리나 청산으로 갈 경우 시장에 미치는충격파가 너무 클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설령 합의되더라도 각 채권기관의 의사결정 절차가 복잡한 탓에 제대로 된공동관리가 힘들다는 의견도 밑그림을 바꾸는데 일조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채권 규모가 크면서 단기적 손실부담과 지원능력을 갖춘 산업.농협.국민.우리은행 등 4개만으로 `몸집'을 줄여 신속하고 효율적인 지원.관리체제를 갖춰나가는 쪽으로 방향을 돌린 것윱? 그러나 이번 컨소시엄을 통한 LG카드 처리는 큰 틀에서 본다면 사실상의 산은파킹(Parking.임시 인수후 재매각)'으로 보인다는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외견상 컨소시엄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산업은행이 1대 주주로서 정상화 지원 프로그램과 매각작업을 주도하는 구조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가 LG카드 문제에 따른 시장 실패를 막고 시장을 조기에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산은은 직접 자회사로 인수하는데 따른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논란을 피하고 떠안을 손실부담을 줄이기 위한 고육책으로 LG카드 지분률을 15% 미만으로 낮추는 선에서 출자전환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위탁관리는 어떻게 현재 4개 은행 컨소시엄을 포함한 16개 기관이 어떤 방식과 규모로 출자전환과유동성 지원에 나설 지 세부방안이 나와있지는 않다. 다만 16개 채권금융기관이 총 4조원을 출자전환하되, 이중 4개 은행 컨소시엄이LG카드의 지분을 50% 이상 확보하는 수준으로 출자전환하고 나머지는 12개 금융기관이 채권 비율에 따라 출자전환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는게 주채권은행의 설명이다. LG그룹은 1조1천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공동관리가 결정되는 대로 LG카드는 곧 LG그룹의 손을 떠나 `위탁관리'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리방식은 과거 신한은행의 제주은행 위탁관리 모델이 유력시되고 있다. 경영은 대표은행인 산업은행이 카드경영 경험이 없는 만큼 미국계 유명 카드업계 사장출신이나 우리카드 출신 인사 등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자금관리를 4개 은행이 공동으로 담당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게 채권단 주변의 관측이다. 4개 은행은 이를 위해 내주중 출자전환을 마치는 대로 `운영위원회'를 구성, 공동관리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 정상화 지원 순항할까 그러나 4개 은행중 국민은행은 이날 오후 늦게까지 공동관리에 합의하지 않고있다. 사태 초기부터 유동성 지원과 출자전환에 적극 참여해왔지만 더이상의 지원은은행이 감내하기 어려운데다 자체 카드부문을 운영하고 있는 입장에서 다른 카드사의 공동관리에 참여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민은행 고위관계자는 "국민은행은 이번 사태에 협조할 만큼 협조해왔지만 추가적인 지원여부는 개별은행의 판단에 맡기는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은행은 이날 오후 2시부터 긴급 임원회의를 열어 LG카드 처리문제를 논의중이지만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합으로 4개 은행 공동관리가 이뤄질 경우 급한 불은 일단 끌 것으로보인다. 총 5조1천억원 규모의 자본확충으로 3조2천억원의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은행.보험.투신.증권 등이 보유한 모든 채권의 만기를 1년씩 연장, 트리거(조기상환 요구) 조항에 걸린 ABS 상환문제와 만기도래 부채 등 유동성 수요에도대응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채권단은 특히 앞으로 차등감자 등을 통해 재무구조를 더욱 건실하게 만들어 국내외 원매자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매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연체율 상승 등 누적된 부실이 갈수록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공동관리가 얼마나 실효를 발휘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궁극적인 해결책은 실질연체 감축을 통해 영업실적이 개선돼 카드산업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회복되는 것이지만 현 시장상황이 결코 쉽지않다"며 "공동관리가 당장의 문제는 모면할지 몰라도 또다른 위기를 부를 가능성이있다"고 지적했다. 또 앞으로 추가 지원 과정에서 4개은행간, 또는 4개은행과 나머지 채권금융기관간 의견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높은 상황이다. 카드사를 인수한 산업은행을 비롯한 국민.우리.농협 등 4개은행은 당장 대손충당금 적립에 따른 부담과 유동성 공급 등의 재무적 부담이 뒤따르면서 수익력 악화를 감수해야하고 정상화 지연시 경영상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