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과천 정부종합청사 통합 브리핑실에서 재정경제부 출입 기자들은 고위 관계자로부터 난감한 설명을 들었다. "실업률 통계 믿지 마세요. 너무 함정이 많습니다. 일자리 구하다가 아예 포기하면 실업자 통계에서 빠집니다. 고용 상황을 나타내는 데 별로 좋은 지표가 아닙니다." 내년도 경제운용방안을 설명하는 공식 자리에서 정부 당국자가 정부(통계청) 공식 통계의 신뢰성을 평가절하한 것이다. "올 들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일자리가 4만개 줄어들었습니다. 한 해 학교 문을 나서 사회로 진출하는 졸업자들을 수용하려면 약 24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져야 하는데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었어요. 그런데도 실업률은 작년(3.1%)보다 약간 올라간 정도에 그친 것으로 나옵니다." 이 고위 관계자는 실업률 통계 수치가 믿을 게 못되니 큰 의미를 두지 말 것과 정부는 앞으로 악화된 고용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일자리 창출에 내년 경제운용방향의 초점을 맞추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같은 발언은 몇달 전만 해도 소송감이거나,적어도 언론중재위원회 회부감이 됐을것이다. 실업률 통계를 그대로 보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재경부는 지난 7월 통계청의 청년실업 통계 자료에 대한 한국경제신문 보도 내용에 대해 "과장됐다"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했었다. 당시 보도 내용은 이 고위 관계자의 발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15?29세 청년층 비취업자들은 일자리를 찾고 있든,찾기를 포기했든 크게 '실업자'로 간주할 수 있다는 요지의 보도였다. 재경부는 이에 대해 "비경제활동인구까지 실업자로 봤다"며 "과장 보도인 만큼 정정보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관료들이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꾼다고 해서 논란을 빚은 게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실업률과 같은 민감한 경제지표 해석을 놓고 불과 몇달 사이에 정반대로 얘기가 달라지는 데는 놀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런 식이라면 투자 고용 등 핵심 정책의 방향까지도 입맛대로 바꾸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떨치기 어렵다. 박수진 경제부 정책팀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