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올해 임금협상을 잇따라 타결짓고 있다. 금융산업노조가 은행 경영진과의 공동협상에서 총액기준 '5.1%±α'의 임금인상안을 제시한 만큼 대개 5∼6%선에서 인상이 이뤄지고 있다. 22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은행 노사는 최근 통상임금 기준 6.4%의 임금인상안에 합의했다. 이성진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은 "올해 1조3천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이 예상되지만 공적자금 투입은행이란 점을 감안,과도한 인상요구를 자제했다"고 말했다. 제일은행은 임금을 총액기준 6.4% 올려 2003년 1월부터 소급적용키로 했다. 이와 함께 퇴직금누진제를 폐지하는 대신 기본급을 2% 올리고 특별보로금을 직급당 1백∼3백% 지급키로 했다. 외환은행은 지난 5년간 임금인상이 전혀 없었다는 점 때문에 이번에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8%(총액임금 기준)를 인상키로 했다. 농협은 통상임금 기준으로 5.8%를 인상하면서 육아휴직 기간도 종전의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했다. 올해 1조원 규모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는 조흥은행은 총액기준 5.1% 올리되 소급적용하지 않고 내년 1월부터 적용키로 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임금협상을 늦게 시작해 아직 타결짓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노조는 '5.1%+3.5%포인트(신한은행과의 임금격차분) 인상'을 주장하고 있지만 사측은 올해 적자가 예상된다는 점을 들어 동결 원칙으로 맞서고 있다. 최근 집행부를 새로 구성한 하나은행 노조는 올해 5천억원가량의 흑자가 예상된다는 점을 들어 14% 인상안(비정규직은 20%)을 들고 나왔지만 사측은 아직 인상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양측 모두 올해 안에 타결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고 있다. 신한은행 노조는 당초 11.4%의 임금인상을 주장했지만 경영여건이 어렵다는 사측의 입장을 수용해 가이드라인(5.1%)보다 다소 높은 5∼6%선에서 타결될 전망이다. 지방은행의 경우 전북은행이 7년만에 11.4%를 인상키로 했으며 △경남은행 9.5% △광주은행 8.1% △부산은행 6.5% △대구은행 5.9% △제주은행 5.1% 등으로 합의했다. 한편 은행들은 이번 임단협에서는 논의하지 않았지만 장기적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은행은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면 일정 연령 이상의 고참직원을 계약직으로 전환,저녁 늦게까지 은행창구에서 대출 등의 상담을 하는 '야간은행'과 주말에도 은행 문을 여는 '주말은행'에 투입할 계획이다. 산업은행도 현행 정년(만 58세)을 유지하되 55세 이상을 계약직으로 전환, 업무추진역 등 후선에 배치하고 임금을 일정비율씩 매년 줄여 나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