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불황은 하반기에도 계속됐다. 신용불량자 증가, 재신임 정국, 불법 대선자금 수사 등으로 인한 정치ㆍ경제 불안은 소비심리 회복을 더욱 더디게 만들었다. 업계는 내년 2분기 이후에나 소비가 본격적으로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작년말부터 일상화한 기업들의 불황 마케팅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불황이라고 모든 상품이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불황의 파도를 넘지 못하고 소리없이 사라져간 상품이 있는 반면 뛰어난 품질과 기발한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데 성공한 '히트상품'도 적지 않다. 모양과 쓰임새는 다르지만 이런 히트상품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공격적인 광고ㆍ마케팅 전략으로 히트상품 대열에 합류한 제품이 있는가 하면 불황에도 돈을 쓰는 '부자 소비자'를 겨냥해 성공을 거둔 제품도 눈에 띈다. 한국경제신문이 '2003년 한경소비자대상' 수상작으로 선정한 65개 상품ㆍ서비스는 진흙 속 진주와 같은 존재들이다. 한국경제신문과 한국리서치는 지난 2∼8일 서울과 광역시 소비자 1천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벌여 수상작을 선정했다. 65개 소비자대상 수상작 가운데 경기 변화에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는 고급 제품들이 먼저 눈길을 끈다. 현대자동차의 에쿠스를 비롯해 한국도요타의 렉서스 LS430, 삼성전자의 파브, LG전자의 트롬 등 고가ㆍ고급 제품들이 바로 그것. 렉서스는 일본 자동차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한경소비자대상을 받게 됐으며 트롬은 국내는 물론 유럽 등 해외시장에서도 선풍을 일으킨 점이 높이 평가됐다. 불황기에는 신상품보다는 시장 점유율과 인지도가 높은 선발주자들이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게 마련이다. 시장에서 이미 검증받은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식음료 부문에서 소비자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매일유업의 까페라떼, 롯데제과의 자이리톨+2와 주류 부문의 참이슬(진로), 하이트프라임(하이트맥주) 등은 불황 속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튀는 광고에 힘입어 소비자대상을 받는 제품도 있다. 인기 연예인 이효리를 모델로 앞세워 음료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롯데칠성의 델몬트망고가 대표적. 현대카드의 M카드도 인상적인 광고로 업계 선두인 삼성카드 LG카드 등을 제치고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되면서 문화ㆍ레저 관련 상품들의 인기는 하반기에도 계속됐다. 하나GB파트너스의 국민관광상품권과 CJ CGV의 멀티플렉스 영화관 브랜드 CGV는 상반기에 이어 또다시 소비자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