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연간 수출 1백만대, 수출액 1백억달러를 돌파했다고 한다. 지난 76년 남미 에콰도르에 포니 6대를 실어낸 이후 불과 27년만에 이런 기록을 달성했다니 "한강의 기적"을 상징하는 쾌거라 아니할 수 없다. 연1백만대.1백억 달러 기록은 수출 첫해의 1천42대.3백7만달러에 비하면 물량으로 1천배,금액으로는 3천2백배에 달하는 것이다. 수출 지역도 1백90개국에 이르러 지구촌 어디에서나 국산차를 볼 수 있게 됐을 만큼 금석지감이 크다. 올해 수출한 차량을 일렬로 세우면 경부고속도로를 5번이나 왕복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서 물량의 규모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이 실적은 세계 자동차시장이 불황인 가운데 이뤄져 더욱 돋보인다. 미국시장의 경우 11월까지 자동차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 감소했지만 현대차는 4.5%나 증가해 관계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적극적인 시장확대정책을 펼친데다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세계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은 결과임이 분명하다. 국가경제 측면에서의 기여도 막대하다. 올 수출액은 나라 전체 수출액(1천9백30억달러 예상)의 5%를 상회하는 것이고 무역흑자(83억달러)는 전체(1백50억달러 예상)의 절반을 넘는다. 2천여 협력업체를 포함,직간접 고용효과도 1백만명에 이르는 만큼 수출과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온 셈이다. 자동차업체가 줄줄이 외국으로 넘어가고 있는 가운데 순수국내기업이 이런 실적을 올렸다는 점 또한 의미가 적지 않다. 삼성차는 르노, 대우차는 GM에 각각 인수됐고 쌍용차도 중국 란싱그룹으로 넘어갈 상황에 처할 정도로 자동차업계는 지각변동의 소용돌이가 거세다. 하지만 현대차는 해외시장에서의 선전과 함께 내수시장에서도 독보적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차는 이제 명실상부한 세계 메이저 자동차업체로 발돋움하는 것이 당면과제다. 이를 위해선 글로벌화 전략을 차질없이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도공장은 이미 기반을 굳혔지만 중국공장도 성공적으로 정착시켜 급팽창하는 시장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또 2005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중인 미국 공장, 부지선정작업을 진행중인 유럽공장도 선진업체들과의 경쟁을 이겨내고 글로벌 생산체제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도록 해야 한다. 자동차가 가져오는 국가 이미지 상승 효과는 측량하기 힘들 정도라고 한다. 현대차가 스스로 목표로 하고 있는 글로벌 톱5로 자리잡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