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몇 해전 유행했던 대중가요의 가사를 떠올리게 하는 이 구절은 (주)대한콘설탄트(www.daecon.co.kr) 정진우 대표의 인생여정을 잘 축약하고 있다. 고교 졸업 후 철도청에 입사, 반세기 가까이 철도와 함께 해온 정 대표는 철도청 설계 사무소장을 거쳐 철도건설창장에 이르기까지 35년 동안 철도청에 근무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91년 부회장으로 입사해 현재의 (주)대한콘설탄트 회장으로 부임한 해가 지난 95년. 대한콘설탄트는 건국이래 대규모 토목공사의 효시였던 경부고속도로 건설에서부터 최첨단 공법과 기술 집약체인 고속전철공사에 이르기까지 고성장 산업사회의 근간을 이룬 대규모 프로젝트에 36년 역사와 전통을 같이한 중견건설용역업체다. 지난 67년 설립된 이 회사는 도로와 철도사업본부를 비롯해 국토개발사업본부, 감리사업본부 등 총 8개의 사업부를 두고 정부 주도의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건설첨병'으로 성장했다. 여기에는 정진우 대표 특유의 뚝심이 한몫 했다. 철도청에 근무하던 당시 한양대학교 토목공학과와 동 대학 산업대학원을 주경야독으로 졸업한 정 대표는 지난 83년 졸업논문을 통해 경부고속철도의 필요성을 일찌감치 제기한 바 있다. 고속철도는 수송량을 분담시켜 만성체증 현상을 빚고 있는 고속도로나 국도의 통행량을 줄일 수 있는 한편, 그와 관련한 기술향상을 꾀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 그는 물류비 절감이 연관 산업에의 파급효과로 투자 진작, 고용 확대 등 국민경제 전반에 주는 긍정적인 영향 역시 무시할 수 없다며 고속철도건설에 따른 직간접적인 효과를 강하게 어필했다. 이는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시설 구축에 드는 재원이 모자라 허덕이던 당시만 해도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그의 주장은 당시의 사회정서를 감안할 때 묵살될 수밖에 없었다. 국가기반시설 확충에 부채를 끌어다 쓰고 있는 시점에서 추가로 빚까지 얻어, 그것도 여객전용의 고속철도건설을 서두를 계제가 아니라는게 그 당시의 분위기였다. 남보다 거시적인 안목을 가진 정 대표에게는 시대를 너무 앞서간다는 비아냥거림과 이상주의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붙기도 했지만 그의 제안은 얼마가지 않아 설득력을 얻었다. 고속철도가 개통되는 내년 4월이면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으로 묶이며 온 국민이 고속철도의 수혜를 누리게 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가 2시간 40분으로 기존보다 1시간 30분이 더 단축될 뿐만 아니라, 4시간 40분 걸리던 목포도 2시간 58분으로 1시간 40분 가량 줄었다. 전라선도 전주~순천간 구간이 내년에 완전 개통되면 서울~순천이 2시간 30분으로, 광주는 4시간 52분에서 3시간 15분으로 단축된다. 또한 대전~익산 구간과 익산~진주 구간이 개통되면 각각 2시간대로 단축돼 순천이나 여수지역의 비행기 여객 수요를 상당 부분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18년 전 철도노선 설계 책임자로 재직하던 당시에 난해한 전라선 전주~순천간 곡선구간을 과감히 직선화하는 추진력으로 업무능력을 인정받았다. "평지나 터널구간의 곡선이 크면 당장의 예산절감 효과는 볼 수 있지만 건설비가 약간 더 소요되더라도 거리의 단축에 따른 속도증가가 반드시 우선 고려돼야 하는 사항이죠" 경부고속철도와 연계되는 모든 지선까지 직선화해 고속주행을 모색, 영호남 지역에서도 비행기보다 유리한 교통편의를 최대한 도모하자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국산 고속열차 생산수준이 350km/h까지 향상된 것도 이 같은 주장을 설득력 있게 한다. 이와 관련 현재의 고속철도 운행기준인 곡선반경 2,000m, 200km/h에 만족하지 말고 곡선반경 5,000m 이상으로 300km/h 이상 주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사업비 추가 투입, 지리적 특성상의 어려움 때문에 해당지역의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지만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강력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그는 단호하게 지적한다. 이는 철도청 재직 당시에 나름대로의 시행착오에서 얻은 값진 교훈에서 기인한다. 그는 철도청을 떠난 직후 시행된 "송정리~목포의 호남평야 구간을 좀더 직선화 했으면 더욱 효과가 컸을 것"이라며 "수원~천안 복복선 구간에 있는 평택평야도 좀더 직선화 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고 말한다. 때문에 정 대표는 이 같은 개인의견을 꾸준히 관철시켜 나가는 것을 남은 포부로 설정했다. 그래서 그는 7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주변 사람들 앞에서 항상 "어깨가 무겁다"고 자신을 채찍질한다. 단군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인 경부고속철도의 현재 상태를 대수술 후 회복 단계를 거쳐 퇴원상태에 있는 환자에 비유하는 정 대표는 "품질 확보와 공기 추진은 동전의 양면과 같이 합치돼야 하는 문제"라며 "충분히 검토해 수정돼야 할 사안은 비용과 시간을 과학적 경제적으로 산정 해 효율적으로 재조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수인선 복선사업에 관해서도 정 대표의 따끔한 일침은 이어진다. 현재 복선 계획의 중간 역에서 일부 대피해 직행열차를 운영하도록 한 것은 선로용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삼선으로 수정해 열차회수를 60% 증가시켜야 한다는 것. 장거리 지하철 3, 4호 노선과 같이 1~2시간 걸리는 도시철도 설계에 머물거나 직행고속 버스보다 시간이 걸리는 노선이 돼서는 안된 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수원 인구가 100만, 인천이 250만, 안산이 60만 명입니다. 우선 사업시행이 상대적으로 쉬운 안산만이라도 정차하도록 시스템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어요. 예산상의 어려움이 있다면 노선 측량이라도 시행해 도시계획상 시설녹지로 확정 고시, 건축물 건립을 제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과거 철도청 재직 당시 수인선을 복복선 계획으로 사전 설계해 건축을 제한하고 용지를 확보하자고 주장했으나 거절당한 적이 있었다. 정 대표는 수인선 복복선 사업이 20년째 가닥을 잡지 못하고 표류한데 대해 당시에 자신이 좀 더 고집을 부리지 못했던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철도학회회장을 역임하고 올해 말 퇴임을 앞둔 그에게 학회 내에서 지어준 아호가 있다. '펴자'가 바로 그것. '노선의 직선화에 따른 고속화'를 외친지 3년. 철도에 관한 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전문가의 입장에서 아직도 실천이 미흡한 사례가 있어 간혹 안타깝게 생각되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든 옳다고 판단이 서면 이 눈치 저 눈치 보지 않고 밀어붙이는 정 대표 특유의 추진력은 철도청에 근무할 당시나 기업인으로 변신한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전라선이나 장항선, 경전선의 직선화는 그가 노력한 평생의 결실이다. 그의 강인한 성품은 어린 시절 어렵게 생활하면서 고난을 극복해내며 자연스럽게 체득한 무형의 자산이다. 적극적이며 치밀한 성격에 업무추진력이 뛰어나고 조직 내에서 직원들의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는 지난해 철도운송진흥에 앞장선 공로를 인정 받아 정부로부터 산업포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02)730-7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