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차로 한시간쯤 가면 관광지로 유명한 비제그라드(Visegrad)가 나온다. 중세 동유럽의 대표적인 고성(古城)인 이곳에서 매년 헝가리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등 4개국 정상 및 경제장관 회담이 열린다. 동유럽 4국을 '비제그라드 4'라고 부르는 것도 여기에서 연유한다. 회담 의제중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것이 외국인 투자(FDI)유치. 대외 개방으로 시장경제 체제 전환을 앞당기려는 이들 국가들은 외국 기업유치에 '국운(國運)'을 걸고 있다. ◆ 경쟁적인 법인세 인하 지난 92년만 해도 4국을 통털어 20억 유로에 불과하던 외자유치 규모는 지난해 1백83억 유로에 이를 정도로 급증했다. 조세감면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각국 정상들까지 외자유치에 나선 결과다. 동유럽 국가들이 지금까지 외국기업에 제시해온 가장 매력적인 '당근'은 법인세 감면. 헝가리의 경우 1백억 포린트(5백억원)이상 투자하면 최장 10년간 법인세를 면제해 주는 등 4국이 모두 5∼10년간의 법인세 면제 혜택을 제공해 왔다. 삼성전자 헝가리공장과 슬로바키아 공장은 각각 7년과 10년씩 법인세를 면제받고 있다. 그러나 내년 EU(유럽연합)에 가입하면 EU의 경쟁법에 저촉돼 법인세 면제 혜택은 불가능해진다. 이에 동유럽 국가들은 법인세율 인하로 인센티브 방향을 바꿨다. 헝가리는 내년부터 법인세율을 18%에서 16%로 인하할 예정이다. 아일랜드(12%)에 이어 유럽에서 두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폴란드와 슬로바키아도 이에 뒤질세라 법인세율을 각각 27%와 25%에서 19%로 낮추기로 했다. 체코는 현재 31%인 법인세율을 2006년까지 24%로 낮출 계획이다. 페테르 쉬파닉 헝가리 투자청(ITD) 부청장은 "법인세율 인하와 함께 R&D투자시 조세 특혜, IT 등 첨단분야 투자시 최고 50%까지 보조금 제공, 종업원 교육비 지원등의 메리트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 현대차를 잡아라 외자유치와 관련, 현재 동유럽의 최대 이슈는 현대자동차의 진로(進路). 연간 30만대 규모로 건설될 현대차 동유럽공장은 투자 규모가 무려 15억 유로(2조원)에 달하고 3천명의 신규고용 창출이 기대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동유럽 4국중 현대자동차 공장 후보로 압축된 곳은 폴란드 브로츠와프와 슬로바키아 질라니 등 2곳이다. 모두 양국의 국경 인근 지대다. 폴란드는 △인구 3천8백만명에 이르는 동유럽 최대 내수시장 △자동차 관련 전후방 산업의 발달 △TSR(시베리아 횡단철도)에 의한 저렴한 물류 조달 등을 메리트로 제시하고 있다. 폴란드 투자유치청(PALIZ)의 미카엘 미에르제이프스키 부청장은 "피아트 오펠 등 이미 폴란드에 들어와 있는 자동차 메이커들의 성공적인 실적이 폴란드의 입지 매력을 입증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슬로바키아는 동유럽 국가중에서도 임금이 가장 싸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폴란드에 비해서 무려 30%나 저렴하다는 것. 또 US스틸이 진출해 있어 자동차 강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들고 있다. 슬로바키아 투자청(SARIO)얀 바이아네크 청장의 '구애(求愛)'는 무척 간절하다. "현대자동차가 들어오면 슬로바키아의 GDP 성장률이 3%포인트 올라가고 슬로바키아 수출의 20%를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현대차의 성공을 위해 지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 주겠습니다." ◆ 잇따르는 대한(對韓) 러브콜 동유럽 국가들은 삼성전자 LG전자에 이어 현대차가 가세함으로써 한국기업들의 진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SK케미칼이 지난 10월 폴란드 PET 공장 건설에 들어갔으며 효성도 스판덱스 공장 부지 선정을 위한 막바지 작업을 진행중이다. 위성TV 셋톱박스 업체인 휴맥스는 아일랜드 공장을 동유럽으로 이전키로 하고 폴란드, 헝가리 정부와 접촉중이다. KT&G도 동유럽에 담배 생산 기지를 마련할 예정이다. 마틴얀 체코 투자청장은 "일본 기업에 비해 한국 기업은 아직 동유럽 진출이 미약한 편"이라며 "EU 가입을 앞둔 지금이 투자 적기"라고 말했다. 부다페스트(헝가리) 브라티슬라바(슬로바키아) 프라하(체코) 바르샤바(폴란드)=윤성민ㆍ이심기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