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신한 산업은행 등 주요은행들이 SK㈜ 자사주를 사들여 경영권 방어를 돕기로 한 것은 잘하는 일이다. 정유 통신 등 국가기간산업이 외국투기자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못된다. 은행들의 참여는 채권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도 당연한 것이라고 본다. SK는 우호지분을 포함, 38% 가량의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적대적 M&A에 나선 소버린측(25%선 확보 추정)을 앞서게 돼 경영권 방어 가능성이 보다 높아지게 됐다. 하지만 문제는 간단치 않고 향후 전개양상을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 소버린측 확보 지분은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고 외국인 지분(43.4%) 중 실제 어느 정도를 끌어들였는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소버린측이 지분 5%만 매각하면 다시 상황이 크게 바뀐다. 단일 외국인 지분이 10%를 밑돌면 SK 계열사들은 출자총액제한 규정의 적용을 받아 의결권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소버린측은 은행단의 자사주 인수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소버린의 SK 장악 시도는 대단히 집요하다. 경영진 교체를 부르짖는가 하면 기업사냥꾼들의 전형적 투기수법으로 간주되는 사업부문 분할매각 카드를 내놓으면서 대림산업에 공동인수를 타진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얼마전에는 SK그룹의 해체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청산을 주장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참으로 한심한 것은 재계 3위그룹이 통째로 흔들리는 이번 사태가 내국인기업을 역차별하는 제도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다. 외국투기자본이 설쳐대는데도 출자총액제한이다,은행주 소유제한이다 하면서 온갖 명목으로 내국인기업의 발목을 묶고 있으니 경영권 방어가 쉬울 리 없다. 외국인이 주식을 파느냐 사느냐에 따라 대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하기도 하고 못하기도 하는 현상은 또 어찌 이해해야 하는가. 사전신고의무를 위반하고도 국내법을 몰랐다고 주장하는 소버린에 대해 검찰이 기소유예처분을 내리는 등 운용면에서의 역차별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국내 간판기업이 화급한 상황에 처했는데도 도와주기는커녕 더욱 수렁에 빠뜨리니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다.외국투기자본의 적대적 M&A(기업인수합병)를 정부가 앞장서 부추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제도가 계속되는 한 소버린과 같은 시도는 언제든 또 나타날 수밖에 없다.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기업에 대한 과잉 규제는 당장 시정돼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