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다를 보기 위해 동해안으로 주말여행을 떠난 회사원 김 과장 가족.강원도 대관령을 넘고 있다. 터널 길을 이용해 빨리 갈 수도 있지만 깊은 산의 경치를 감상하기 위해 옛 대관령 길을 탔다. 급회전길도 많고 진눈깨비까지 나부껴 운전하기에 조금은 부담이 되지만 차창밖으로 펼쳐진 절경에 가족 모두가 감탄하고 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는데 갑자기 왼쪽으로 꺾이는 급회전길 반대 차선에서 SUV 한 대가 빠른 속도로 올라오고 있다. 놀란 김 과장이 핸들을 오른쪽으로 급하게 꺾는다. 오른쪽은 천길 낭떠러지.아찔한 상황이다. 이상한 일이 벌이진다. 핸들을 급격히 꺾었는데도 김 과장이 운전하는 차는 오른쪽으로 약간 기우는가 싶더니 재빨리 자세를 바로잡는다. 마주오는 차를 피하면서 계속 차선을 유지해 간다. 조금 흔들렸지만 쏠림현상이 별로 없다. ESP(차량자세 제어장치)라는 첨단 제동장치의 효과다. 현재 가장 많이 적용되고 있는 제동기술은 ABS와 TCS. ABS(미끄럼방지 장치)는 주행 중 미끄러운 도로에서 급제동할 때 바퀴가 잠기지 않고 여러번 잠김·풀림을 반복해 최적의 제동효과를 얻는 장치다. 쉽게 말해 빙판길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아도 차량이 회전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장치다. TCS(구동력제어 장치)는 눈길이나 빙판길 또는 비대칭(한쪽은 빙판,다른 한쪽은 아스팔트) 노면에서 출발이나 가속할 때 브레이크와 엔진을 자동제어,바퀴가 헛돌아 차량이 갑자기 회전하는 현상을 예방한다. ESP는 이런 ABS와 TCS를 종합 발전시킨 기술이다. 커브길이나 장애물이 출현하는 등 위험상황이 발생해도 자동차의 네 바퀴에 장착된 센서가 안전한 조향을 가능케 하는 기술이다. ESP는 지난 95년 독일 벤츠 차량에 보쉬사 제품이 처음으로 적용됐다. 이후 BMW,폭스바겐 등 고급 차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재 유럽에서 운행되는 차량의 약 30%가 ESP를 장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차의 에쿠스 4천5백cc 및 기아차의 오피러스 모델 등 일부 고급 차종에만 수입돼 장착됐다. 하지만 보쉬사와 기술제휴한 현대모비스가 ESP를 국산화하면 장착률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를 위해 현대모비스는 최근 천안에 ESP공장을 준공했다. 여기서 생산된 ESP 시스템은 향후 뉴EF쏘나타 후속모델인 NF(프로젝트명) 등에 장착될 예정이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