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처리방향이 원점에서 재검토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유동성위기가 재연되고 있어 '또 다른 처방'이 나와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 처방으로 채권단측에서 먼저 LG카드와 LG투자증권의 지분을 채권단이 패키지로 인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LG측에서는 대신 구본무 LG그룹회장이 채권단에 담보로 맡겼던 ㈜LG의 지분 5.46%를 되돌려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에서는 그러나 담보로 잡은 ㈜LG의 주식을 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적지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 재연되는 유동성 위기 =LG카드는 지난달 24일 채권단으로부터 2조원을 지원받아 일단 유동성위기를 넘길 것으로 보여졌다. 그러나 상황은 달랐다. 2조원중 15일까지 1조4천3백억원이 인출됐다. 남은 것은 5천7백억원. 거의 바닥을 드러낸 셈이다. 더욱이 최근 들어선 만기연장 대상이었던 LG카드의 ABS(자산담보부증권)에 대해 중도상환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LG카드의 ABS는 총 8조1천2백억원. 이중 8천억원을 보유한 외국 금융회사들이 '트리거조항'을 들어 중도상환을 요구하고 있다. 트리거조항이란 자산규모가 ABS값보다 하락할 경우 등에 중도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 LG의 금융업 포기 =상황이 이렇게 되자 채권단은 LG카드를 채권단이 공동인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1조원을 출자전환한 뒤 이를 국내은행 컨소시엄에 매각한다는 방안이다. 또 LG카드만으로는 인수 메리트가 떨어지므로 LG투자증권도 인수대상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이런 해법도 구본무 회장이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한 ㈜LG의 지분 5.46%가 걸림돌로 돌출했다. LG그룹은 'LG카드는 물론 LG투자증권(자회사인 LG투신, LG선물, 부민상호저축은행 포함)을 포기할테니 구 회장의 지분을 돌려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LG투자증권이 참여키로 한 8천억원의 유상증자대신 LG카드의 기업어음(CP)을 LG계열사들이 공동인수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LG그룹은 사실상 금융업을 포기하는 셈이 된다. ◆ 채권단 입장이 중요 =이 제안에 대해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구 회장의 ㈜LG지분을 돌려달라는 요구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구 회장의 담보주식은 내놓을 수 없다는 얘기다. 채권단은 LG카드의 처리문제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입장이 정리된 상태다. 1조원을 자본금으로 전환, 경영권을 확보한 뒤 이를 되파는 방식이다. 인수 우선권은 8개 채권은행단에 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 우리은행 산업은행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하나은행 등은 "현재 가격으로 LG카드를 인수하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어서 산업은행이 유력한 인수자로 떠오르고 있다. 대우증권을 인수한 경험이 있는 산업은행이 일단 LG카드를 인수(파킹ㆍParking)한 뒤 이를 제3자에게 되판다는 구상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오는 18일 LG카드의 실사결과가 나오면 31일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목표로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LG그룹이 LG투자증권을 내놓는 대신 구 회장의 담보주식을 돌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어 돌출변수가 발생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하영춘ㆍ김인식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