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수사에서 DNA(유전자) 감식기법은 절대적인 것 같다. 머리카락 한올,담배꽁초에 묻은 타액,피부세포 한 점,한 방울의 피만 있어도 개개인의 신원을 여지없이 밝혀낸다. 일란성 쌍둥이를 제외하고는 지문과 같이 유전자 정보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DNA감식의 위력은 종종 화제를 뿌리곤 한다. 르윈스키와의 스캔들을 부인하던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은 옷에 묻은 정액의 DNA검사에 의해 사실로 판명났고,세기의 재판이라고 불렸던 풋볼 선수 O J 심슨사건에서도 옷에 묻은 혈흔이 유일한 증거로 DNA검사를 받았다. 미국 독립선언문을 작성한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은 2백년 동안 흑인 사생아 논란이 끊이지 않았는데 Y염색체에 대한 유전자 감식 결과 친자로 입증됐는가 하면,프랑스의 샹송가수 이브 몽탕은 그가 죽은 뒤 자신의 딸이라며 재산상속을 주장하는 여인이 있었으나 유전자 감식을 통해 부녀관계가 아님이 증명됐다.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나 프랑스 대혁명 때 처형된 루이 17세는 DNA검사로 신원이 확인된 케이스다. DNA감식의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않다. 지난 1986년 영국 미들랜드 지방에서 두 명의 어린 소녀가 강간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당시 레스터 대학의 유전공학자 알렉 제프리스가 연구한 유전자표지를 활용하면서 DNA감식은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1년 범죄수사에서 유전자감식이 처음 도입되면서 이제는 친자확인 미아찾기 배우자부정 유해발굴 등 여러 분야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신원이 DNA검사로 신원이 최종 확인되면서 DNA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미군과 격전중에 사망한 그의 두 아들 신원 역시 DNA감식으로 파악됐었다. 유감스럽게도 화성 연쇄살인사건과 개구리소년 집단살인 사건이 아직 미제로 남아있긴 하지만 증거만 잡히면 언젠가는 DNA가 해결할 게 분명하다. 더욱이 DNA감식기법은 계속 개발되고 있어 앞으로 미제사건은 물론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경우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