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루먼 쇼'는 출생 순간부터 서른살이 될 때까지 일거수일투족이 TV로 생중계된 남자의 이야기다. 아무 것도 모른채 살던 주인공 트루먼 버뱅크(짐 캐리)는 어느 날 이상형의 여자를 찾아 떠나려다 마을 전체가 TV세트고 그동안의 자기 삶 일체가 몰래카메라를 통해 방송된 걸 알고 경악한다. 누군가 자신의 일상을 훔쳐본다는 건 무섭고 싫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특별히 들킬 일이 없는 사람도 도ㆍ감청이나 개인정보 누출에 대한 두려움에 떠는 건 그런 까닭일 것이다. 사생활만은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대다수 사람들과 달리 집안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해 자신의 하루 24시간을 인터넷에 공개해온 제니퍼 링글리가 7년간 운영해오던 웹사이트 '제니캠(www.jennicam.org)'을 올해말로 폐쇄한다는 소식이다. 제니캠이 등장한 건 인터넷 붐이 일기 시작하던 1996년.20대 초반 여성이 아침에 일어나 옷 입고 밥 먹고 남자친구와 자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사실은 미국에서도 충격이었던 듯 생긴지 얼마 안돼 하루 50만명씩 방문,미국내 인기사이트 3위에 올랐다. 당시 웬만한 포르노사이트 방문객이 5천명 미만이었다니까 그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물음에 그는 "처음엔 카메라가 없는 데서 옷을 갈아입었지만 점차 렌즈를 의식하지 않게 됐다.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사람이 들여다봐도 정작 나는 방안에 혼자 있으니까"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제니캠은 '관음증 자극'이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인터넷시대의 사회심리보고서'라는 평도 들었고,'젊은 여성의 실생활 실시간 보기'라는 설명으로 영어사전에도 올랐다. 24시간 생활중계인 만큼 옷을 벗는 등의 야한 장면보다는 친구와 얘기하거나 일하는 장면이 주를 이뤘다고도 한다. 제니캠 폐쇄의 정확한 이유는 알수 없지만 알려진대로 사이트관리회사에서 전신누드 공개를 이유로 계좌를 해지한다고 나선 탓이라면 온갖 스팸메일 공세에 시달리는 우리로선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자극은 언제나 더 큰 자극을 부르고, 표현의 자유는 원칙과 약속의 테두리 안에 있어야 마땅하다 싶기 때문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