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9일 발표한 `자동차보험 요율제도개선 방안'은 보험료 부과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도덕적 해이를 막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내용이 보험업계의 오랜 주장을 수용한 결과여서 감독 당국이 소비자 보호는 내팽개친 채 보험업계만 일방적으로 감싸고 돈다는 주장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막상 개선안을 밝히기는 했지만 시민단체나 지방자치단체, 자동차제조업체 등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돼 실제로 시행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업계 "10년묵은 숙원 풀리나" 금감원이 마련한 개선안은 손보사들이 10년 이상 주장해온 것을 한꺼번에 수용하는 것이어서 업계에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다. 손보사들은 손해가 많으면 보험료도 높게 내야 하는 게 보험의 기본 원리라며끊임없이 차량 모델별로, 지역별로 보험료를 차등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여기에는 보험료 부과의 형평성 이외에 손보사들이 보험료 수입은 늘리고 보험금 지급은 줄이려는 의도가 감춰져 있다. 전국적으로 일률적으로 보험료를 책정해야 하는 손보사들은 전국의 손해율 평균에 따라 보험료를 책정한 게 아니라 정부의 유도에 따라 평균보다 낮은 손해율을 적용해 온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손보사들은 지역별 손해율을 정확하게 산정하고 이에 맞춰 보험료를받을 수 있는 지역별 차등화를 주장해 왔다. 모델별 차등화가 시행되면 자동차제조업체들로 하여금 잘 손상되지 않으면서 값이 싼 부품을 이용한 차량을 개발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보험금 지급을 줄일 수 있을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가해 불명 차량사고에 대한 보험료 산정제도도 현재의 3년 할인.할증 유예이외에 1년 할인 유예와 할증 등 3단계로 세분화하는 것도 보험금 지급을 크게 줄일전망이다. 지난해의 가해자 불명 사고는 32만7천건, 보험금은 1천609억원으로 손보사들에게는 큰 부담이 되고 있지만 제도가 바뀌면 무조건 가해자 불명 사고로 신고하는 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무사고시 최고 할인 폭에 도달하는 기한을 7년에서 12년으로 늘리는 것도 손보사로서는 반가운 일이지만 가입자들은 무려 12년이나 무사고를 기록해야 최소 할인률을 적용하겠다는 것은 보험회사의 횡포라고 반발하고 있다. 금감원은 손보사들이 장기 무사고자의 계약 인수를 꺼리고 있어 이를 개선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손보사들로서는 7년 이상 무사고자에게 더 많은 보험료를 부과할 길이 열리는 셈이다. ◆도입까지는 넘어야 할 산 많아 금감원이 마련한 방안이 실제로 도입될 수 있을 지에 대해 보험 전문가들조차반신반의하고 있다. 그만큼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지역별 차등화의 경우 도로 상태 등이 좋지 않아 손해율이 높은 강원도, 충청남도, 전라북도 등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을 무마해야 한다. 이들 지자체는 정부의 정책에 따라 지역별로 도로 여건이 다르고 교통안전시설이 차이나는 마당에 보험료를 지역별로 차등화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전 지자체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반발할 게 불보듯 뻔하다. 이들 지자체와 별도로 부산 지역 차량이 서울도 가고 강원도 차량이 전라남도에도 가는 등 국토가 좁은 현실을 고려할 때 지역별 차등화는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모델별 차등화와 관련해서는 자동차제조업체의 반발이 예상된다. 금감원은 차량의 파손성과 수리의 용이성 등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시험한 결과에 따를 경우 무리가 없다고 보고 있지만 과연 자동차제조업체들이 이 결과를 수용할 지도 미지수다. 또 차량을 한 번 구입하면 몇 년간 사용한다는 점에서 보면 이미 차량을 구입한소비자들도 자기 차량에 대한 보험료가 비싸질 경우 정부에 대한 비판이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가해 불명사고 제도 개선 방안은 거짓 신고 여부를 가려내기 어려운 현실에서지급 보험금 규모만 놓고 판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즉 보험금 지급액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보험료가 할증되며 일정 수준 이하이면1년 만에 할인 헤택을 주겠다는 발상은 애초 억울하게 피해를 당한 경우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를 떠나 단순히 보험금 규모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박성제기자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