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한경광고대상 대상 수상작에는 삼성전자의 기업광고 '연구개발'편이 선정됐다. 연구보고서와 노트북을 훤하게 비추는 스탠드를 비주얼로 '10년 후를 생각하면 불을 끌 수 없습니다'라는 헤드라인을 달고 있는 이 광고는 '2백36억달러를 벌어 온 여권', '무선시대의 노트북, 2cm도 두껍습니다', '애니콜 같은 브랜드, 10개는 더 만들어야 합니다' 등과 함께 시리즈 캠페인을 구성하고 있다. 기업광고를 평가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은 그 광고가 기업이 주로 하고 있는 사업이 무엇인가를 재빨리 전달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쉬는 날을 빼고 온종일 한 시간도 빠짐없이 자기가 근무하는 회사 일을 하다 보면 자기 회사 제품, 관련업계, 회사 규모 등에 대해 남들도 으레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독자가 알고 있는 것과는 동떨어진 데서부터 기업광고를 시작하게 되는 일이 흔히 있다. 자기네 기업이 주로 하는 사업을 광고 첫머리에 적을 것까지는 없더라도 어딘가에 두드러지게 써야 한다. 이와 함께 회사가 선택한 분야에서 차지하고 있는 포지션을 명확하고 예리하게 전달해야 한다. '포지셔닝'이란 어떤 계층의 사람들이 우리 회사를 어떤 회사라고 알아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기업광고는 그 기업만이 할 수 있는 그런 광고로 만들어야 한다. 로고만 바꾸면 어느 회사에든 맞는 기업광고야말로 형편없는 기업광고다. 한경광고대상 대상 수상작은 그동안의 기업광고들을 비판적으로 극복하면서 앞으로 기업광고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기업광고의 모범이라 칭찬해도 지나칠 것이 없다. 브랜드 대상은 SK텔레콤의 기업광고 '대한민국을 새롭게 하는 힘'시리즈 중 '아빠편'이 받았다. '아빠는 널 사랑한다고 말하기 시작합니다'라는 헤드라인을 정다운 부자관계의 비주얼이 떠받치고 있다. '좋은 생각이 나거든 망설이지 마세요'(세 발 자전거편), '부끄러워 하던 가을이 자랑하고픈 가을이 되었습니다'(핸드폰 독서편) 등과 함께 대한민국을 새롭게 만드는 사례를 모아 훌륭한 캠페인을 구성하고 있다. 마케팅 대상은 HP의 '+HP=everything is possible' 캠페인을 선정했다. HP와 만나면 모든 것이 가능해진다는 컨셉트로 올해 집행된 대표적 광고중 하나다. 그 가운데 수상작은 '잠시 멈춰 서서 기술의 향기를 느껴보세요'란 헤드라인을 캡션처럼 달고 있는 명화같은 광고다. 2000년 컴팩과의 합병 후 새롭게 선보이는 글로벌 캠페인인 hp2003 브랜드 캠페인에 큰 기대를 걸게 된다. 리대룡 <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교수ㆍ심사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