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정비 적게 드나 마진율 낮아 ] 반찬은 주부들의 전유물이다. 하지만 맞벌이가 늘고 핵가족 및 독신자 증가, 편의지향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주부들의 전유물이었던 반찬도 전문점에서 구입해 먹는 시대가 됐다. 이 때문에 인기를 끄는 업종이 반찬편의점이다. 반찬편의점은 이전에 운영되던 점포와 자못 다르다. 편의점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밑반찬 종류만 취급하는 게 아니라 밥을 뺀 모든 반찬이 원스톱서비스된다. 국, 1일 반찬, 부침개, 나물류, 얼갈이김치 등. 반찬종류도 100여가지에 이른다. 현대적인 인테리어와 밝고 환한 분위기도 시장통 어귀의 정겹지만 위생적으로는 다소 부정적인 느낌을 주던 기존 반찬전문점과 차별화됐다. 현대적으로 메이크업을 새롭게 한 반찬편의점은 상당한 인기를 모아 당당하게 유망 아이템 대열에 올랐고, 특히 여성 창업자들에게도 인기 있는 창업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반찬편의점의 특징은 우선 매일 먹는 식품이라는 점. 당연히 품질이 좋아야 하고 위생적이어야 한다. 또 신선해야 한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소비회전이 높다는 얘기가 돼 단골 확보와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하는 업종이라는 말도 된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정말 그렇게 반찬을 사먹는 사람이 많으냐고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시장은 급격히 커지고 있지만 생각만큼 수요가 많지는 않다. 이런 점은 상권반경을 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아파트 1,000세대를 보고 들어가서 단지 내 상가에서 장사를 했다가는 실패할 우려도 있다는 말이다. 반찬가게는 주부들이 운영해서 반찬값이나 벌겠지라고 생각한다면 오판이다. 적게는 200만~300만원에서 많게는 순수입만 800만원이 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입지나 규모가 뒷받침이 안되는데 매출에만 눈독을 들인다면 이 또한 고약한 심보다. 매출이 높으려면 그만큼 탄탄한 입지조건을 갖춘 점포를 얻어야 하며 어느 정도 규모도 돼야 한다. 또 주인 혼자 반찬을 만들어서 파는 것도 한계가 있다. 반찬전문점은 일반음식점에 비해 고정비가 적게 드는 대신 음식점보다 마진율이 낮다. 그래서 요즘처럼 원재료가 비쌀 때는 저렴한 재료사입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신선한 재료와 맛깔 나는 다양한 반찬제공, 위생과 신선도 유지는 기본이다. 직접 만들어 파는 반찬이 많다 보니 당연히 부지런함은 필수조건. 그 외에도 반찬의 양 조절이 중요하다. 너무 많이 만들어 남거나 조금만 만들어 손님을 되돌려 보내서는 안된다. 단골이 많은 사업이므로 판매와 접객도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일산에서 반찬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양성철씨(장독대 일산점ㆍ36). 창업을 결심하고 먹는장사는 꾸준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여기저기 알아보고 다녔다. 그러던 중 경기도 광명시에서 반찬전문점을 지나치다 사업성이 있다는 생각에 3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2002년 3월 창업을 했다. 그의 매장은 실평수 14평으로 일산의 아파트 단지와 오피스텔, 상가가 있는 최상의 입지다. 당연히 주고객층은 20~50대까지의 주부들이 많다. 그외 오피스텔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과 주인이 남자여서인지 남자손님들도 퇴근시간에 들려 사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양씨의 매장에서는 매주 월요일만 되면 손님들로 북적인다. 바로 월요일 정기세일 때문이다. 그동안의 매장운영을 통해 매주 월요일이 되면 일요일까지 반찬을 다 소비하기 때문에 많이 몰린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월요일 세일. 불고기의 경우 100g당 1,300원인데 월요일에는 6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세일이라고 질이 떨어지는 제품이나 재고를 판매해서는 안된다. 인식만 나빠지기 때문이다. 반찬전문점에는 왠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마일리지 카드도 도입했다. 한 품목당 금액의 2%를 적립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이제 수다쟁이가 다 됐다고 한다. 매장에 오는 고객들은 거의 알고 지내고 심지어 아이가 어떤지, 부모님의 건강은 어떠한지 챙기고 있다. 매장운영에 어려운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고객층이 여자이다 보니 인식의 차이 때문에 마찰도 있었다고 한다. 사람을 상대하는 사업이다 보니 별 이상한 손님들도 많이 만났다. 정해진 가격을 터무니없이 깎는 손님, 진열된 반찬을 손으로 집어 먹는 손님 등. 이제는 모두 단골손님이 됐다고 한다. 그런 손님 역시 단골로 만든 것이 그의 성공요인이다. 1일 반찬 등 직접 만들어 파는 메뉴에 대해서는 본사에서 파견된 조리장과 함께 의논을 해 만든다. 하지만 조리장의 전문성을 인정해주는 의미로 지나친 간섭은 하지 않고 있다. 조리는 보조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그 대신 많은 반찬종류에 대해 빠른 정보입수를 위해 계절별 시장조사와 인터넷을 통한 정보수집에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와 직원들의 손에는 항상 깨끗한 행주가 들려 있다. 틈만 나면 닦기 때문이다. 그는 매장 청결을 무엇보다도 중요시하고 직원들도 그의 생각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가족이 먹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지저분하게 할 수 있는지.” 가맹비, 인테리어 및 시설집기 비용으로 3,500만원, 초도물품비 300만원, 건물 임대보증금 등 총 1억4,000만원이 창업비용으로 들었다. 월 평균 9,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270만원선의 순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실패한 사례도 있다. 김모씨는 2,000세대가 있는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서 독립점으로 반찬가게를 열었다. 반지하층 10평 점포였는데 반찬 가짓수는 많지 않았다. 세대수가 적어 매출이 오르는 데 한계가 있는 구조였다. 그래도 사업 초기에는 맞벌이 부부가 많은 서울 중심부의 아파트 단지라 하루 3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전혀 판촉활동을 하지 않은데다 단골관리에 대한 마인드가 없었다. 오는 손님에게 제대로 인사를 하지도 않고, 자주 가도 특별한 서비스가 없었다. 계절마다 새로운 반찬을 갖춰야 하는데 늘 비슷한 종류의 반찬만 판매했다. 매출을 올리기 위해 김밥을 추가로 취급했는데 처음에는 반응이 좋았다. 하지만 판매량이 적다보니 김밥용 밥을 오래된 것으로 사용, 무성의하게 저품질 제품을 판매하다 보니 주민들의 불평이 늘기 시작했다. 게다가 주방관리를 허술하게 해 고객 앞에서 불결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가뜩이나 세대수도 적은데다 판촉이나 마케팅 전략의 부재, 게다가 접객이나 판매마인드 부족으로 하루 매출은 10만원대로 떨어졌고 사업의욕을 잃은 김씨는 자주 가게를 비워 영업일마저 불규칙해졌다. 결국 점포를 내놓고 현재 그 자리에는 부동산중개업소가 들어섰다. 이경희·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