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의 패션 축제인 '제27회 2004 봄·여름 SFAA 서울컬렉션'이 한국경제신문사 후원으로 1일 서울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에서 개막됐다. SFAA(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회장 박윤수) 주최로 3일까지 열리는 이번 컬렉션에서는 진태옥 박윤수 손정완 장광효 루비나 이상봉 한혜자 박항치 최연옥 최범석 등 SFAA 회원과 신진 디자이너 등 14명이 내년 봄·여름에 유행할 패션을 선보인다. 컬렉션 첫날엔 박윤수 손정완 김철웅 이상봉 신장경 등 5명의 디자이너가 차례로 무대를 장식했다. 이들은 내년에 1920∼40년대의 로맨티시즘이 테마로 부상해 한껏 여성스럽고 편안한 패션이 유행할 것임을 보여줬다. 의상의 전체적인 선은 최대한 간결하게 만들면서 가슴을 깊이 파거나 잔주름 장식으로 섹시한 포인트를 넣은 게 특징. 색상은 부드럽고 따스한 파스텔톤이 강세였다. 맨 먼저 나선 박윤수씨는 '베트 데이비스(1930년대 미국 여배우)를 찾아서'란 주제로 여성스럽고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대표 의상은 가슴을 깊이 드러낸 저지(부드럽게 흘러내리는 소재) 블라우스와 치맛단의 좌우를 비대칭으로 사선 처리한 저지 스커트. 특히 시작 부분에 소개한 8벌은 화이트 일색일 만큼 흰색이 많이 쓰였다. 무대를 넘겨받은 손정완씨는 1920년대 런던 패션 사조를 주제로 믹스앤매치(소재와 색상을 다양하게 겹쳐 연출하는 스타일)를 표현했다. "태양이 작열하는 바닷가,짙푸른 야자수를 생각하며 작업했다"는 손씨의 말대로 휴양지 패션을 연상시키는 섹시하면서 편안한 느낌의 의상이 많았다. 풍성한 소매와 옷깃 사이로 살짝 비치는 브래지어형 탱크톱이 여성미를 물씬 풍겼다. 세번째 무대를 꾸민 김철웅씨는 '절제된 축제'라는 주제로 관능적 이미지와 조형미를 결합한 의상을 선보였다. 허리를 리본 처리한 단정한 H라인 원피스와 어깨를 사선으로 드러낸 작품이 대표적이다. 이상봉씨는 샤머니즘 색채가 물씬 풍기는 디자인을 선보였다. 탱크톱과 핫팬츠 등 서구적 의상에 수놓인 고전적인 원색 문양이 돋보였다.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디자이너 신장경씨는 '파티여 영원하라'라는 주제에 걸맞게 화려한 패션을 선보였다. 영화 '귀여운 여인'에 나오는 줄리아 로버츠를 연상시키는 앙증맞은 프릴과 장식이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글=조정애 기자 jcho@hankyung.com ------------------------------------------------------------------------------ SFAA란 = 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Seoul Fashion Artists Association). 1989년 진태옥 박항치 설윤형 등 국내 정상급 디자이너 12명이 결성한 디자이너 단체. 현재 정회원 20명과 신인 디자이너 1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1990년 11월 서울 힐튼호텔에서 국내 최초의 대규모 패션쇼인 제1회 SFAA 컬렉션을 열었고 매년 두 차례 정기 컬렉션을 개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