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해외 영업조직에 `이합집산'이 시작됐다. '옛 시장'인 유럽지역은 점포 통폐합.축소로 사실상 철수에 들어간 반면 `새 시장'인 아시아는 앞다퉈 영업망 확장에 나서며 대조적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시장은 교포상대 영업을 노린 국내 대형 시중은행간 경쟁이 최근들어 뜨겁게 불붙고 있다. ◆ 문닫는 유럽 은행들은 대표적 선진국 시장인 유럽 지역에서 점차 발을 빼는 분위기다. 지역경제 침체로 국내 기업 진출이 과거보다 줄어 수익성은 떨어지고, 그렇다고 해외차입도 활발하지 않아 영업망 진출의 이점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미 현지에 점포를 낸 은행들은 유럽 진출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있고 그렇지 않은 은행들은 아예 진출계획을 잡지 않고 있다.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이 1일 유럽의 대표적 현지법인인 룩셈부르크와 런던 현지법인을 통폐합, 지점으로 축소전환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유럽시장이 과거와 달리 지역적 이점이 크지 않다"며 "해외영업망에서 가장 먼저 손을 뗄 지역"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은 유럽지역 역외 투자금융업무를 맡아온 외환아일랜드금융회사에 대해 폐쇄절차를 진행중이고 신한금융지주에 편입된 조흥은행도 내년초 신한은행과 중복된 유럽.미국지역 점포를 통폐할 것으로 예상된다. ◆ 아시아시장 진출 발걸음 빨라져 반면 동남아와 중국시장을 향한 발걸음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팬 아시아(Pan Asia) 정책을 표방한 국민은행은 최근 인도네시아은행 BII를 인수한 데 이어 내년에는 대만과 인도지역 은행 인수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시장의 영업활동 보다는 아시아를 영업무대로 삼아 아시아지역의 대표은행으로 성장할 계획"이라며 "매년 1∼2곳의 은행을 추가로 인수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하반기 들어 신한은행의 푸둥(浦東) 상하이지점 개설(9월), 외환은행의 상하이지점 개설(9월), 하나은행의 제일은행 칭다오(靑島)은행 지분 인수(10월) 등으로 중국 진출전략을 보다 구체화하고 있다. ◆ 치열한 미국시장 미국지역은 교포시장을 상대로 한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국민.우리.하나 등 대형 시중은행간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하나은행은 외환은행이 론스타 인수 이후 교포상대 영업을 대표해온 퍼시픽 유니언 뱅크(PUB)를 매물로 내놓자 적극적인 인수의사를 보이고 있다. 교포상대 영업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국민은행은 내년초 지점 형태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지점을 내놓고 현지 영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김정태 행장은 "교포가 많은 미국 LA 지역은 영업전략을 새롭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9월말 미국 현지법인인 우리아메리카은행과 팬아시아은행을 합병, 미국내 영업기반 다지기에 나선 상태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rhd@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