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장한 얼굴에 차분한 목소리의 김모씨(25·여)가 지난 25일 형사들에게 끌려 서울 강남경찰서 문을 들어섰다. 서울 지하철2호선 역삼역 여성화장실에서 같은 20대 여성을 흉기로 위협,30만원을 빼앗은 혐의였다. 김씨는 "카드빚 2천만원을 갚아 신용불량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고 범행 동기를 털어놨다. 신용불량자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지난 10월 말 현재 개인 신용불량자가 3백59만6천1백68명으로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고 26일 발표했다. 이는 지난 9월 말에 비해 9만4천2백71명(2.69%) 늘어난 수치다. 신용불량자 수는 지난 7월 12만1천1백2명 증가한 뒤 8월(6만6천여명 증가)과 9월(8만9천여명 증가)엔 증가세가 주춤했으나 지난달 다시 급증세로 돌아섰다. 10월 말 현재 신용불량자는 우리나라 총인구 4천6백13만여명(2000년 기준)의 7.8%에 달한다. 인구 1백명당 7.8명이 신용불량자인 셈이다. 경제활동인구(2천3백20만명)만 따진다면 1백명당 15.5명이 신용불량자의 멍에를 쓰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다음달부터 신용불량자가 더욱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는 점이다. 우선 지난달 KAMCO(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이 신용불량자에 대해 빚을 탕감해 주기로 발표하면서 고의로 연체하는 이른바 '배째라족'이 크게 늘어났다. 여기에 LG카드 사태 여파로 신용카드사들이 현금서비스 한도를 경쟁적으로 축소,'돌려막기'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최대 1백여만명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내년부터 가스료 등 공공요금이나 세금을 3개월 이상 연체한 사람도 신용불량자로 등록할 수 있는 법안이 시행되면 이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현재의 증가세에다 위의 세 가지 요인을 감안하면 신용불량자가 조만간 4백만명을 넘어설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제 신용불량자 문제는 더이상 '그들만의 문제'로 방관할 수 없게 됐다. 신용불량 사태가 경제회생의 발목을 잡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신용불량자 4백만명-이제는 신용이다' 시리즈를 기획한 것은 그 답을 찾아보기 위해서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