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일간지에서 외국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기업 환경 및 내년도 경제 전망’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외국기업 CEO 10명 중 7명은 한국 투자를 검토 중인 다국적 기업들에 ‘한국에 대한 투자를 재고하거나 투자하지 말라’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투자를 강하게 권한다’는 CEO는 30%에도 못미쳤다. 이는 국내 경기가 여전히 불안정함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또 외국계 기업들에 국내 기업환경이 그만큼 가혹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올해로 두 번째를 맞는 ‘외국계 100대 기업’ 순위는 지난해와 비교해 변화폭이 컸다. 순위에 없던 기업이 당당히 상위권에 얼굴을 내밀었는가 하면 20~30계단 순위가 밀린 기업도 수두룩했다. 업종에 따라서는 한국시장의 독특한 성격을 드러내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는데, 유통업종이 좋은 사례다. 현지화에 주력한 업체는 상위권에 올랐지만 글로벌 전략을 한국시장에 그대로 적용한 기업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순위가 떨어진 것. 종합순위 2위로 외국계 100대 기업 순위에 첫 등장한 삼성테스코는 지난 99년 영국 테스코사와 삼성물산이 50대50으로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이후 테스코가 삼성물산으로부터 지분을 넘겨받아 81% 지분을 유지하다 지난해부터는 89%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삼성테스코의 할인점 홈플러스는 올해 유통업체들의 경계대상으로 떠올랐다. 기존의 할인점이 가격경쟁력을 내세웠던 것과 달리 백화점식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신세계 이마트에 이어 업계 2인자로 자리매김했다. 이것이 100대 기업 순위로도 이어져 처음으로 진입하면서 2위라는 성공적인 ‘데뷔성적’을 보여줬다. 삼성테스코는 지난해 2조1,468억원의 매출과 38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종합 5위였던 한국까르푸와 34위에 올랐던 월마트코리아는 지난해보다 저조한 성적을 나타냈다. 한국까르푸는 19위에, 월마트코리아는 62위에 오르는 데 그쳤다. 이들 기업은 당기순이익에서 저조한 성적을 보여 순위가 크게 하락했다. 2003년 외국계 100대 기업의 가장 큰 특징은 일본계 대부업체의 약진이다. 이들 대부업체는 제1, 2금융권의 신용불량자 급증과 연체율 급등으로 국내 대부시장이 커지면서 업계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에이앤오인터내셔날(18위)과 프로그레스(23위), 해피레이디(63위) 등 이들 일본계 대부업체들은 특히 당기순이익에서 우수한 실적을 과시했다. 이는 종합순위 호조로 이어져 에이앤오인터내셔날의 경우 매출액 순위에서는 51위(2,048억원)를 기록했지만 당기순이익은 15위(354억원)라는 우수한 성적을 보여줬다. 프로그레스 역시 매출액은 66위(1,591억원)인 반면, 당기순이익은 21위(292억원)였다. 매출액 111위인 해피레이디 역시 당기순이익 실적에서 강세를 보이며(67위) 100위권에 안착했다. 결국 순이익으로 ‘승부를 건’ 알짜기업인 셈이다. 당기순이익의 영향력은 지난해에 이어 몇몇 이름난 기업들이 의외의 결과를 낳는 데도 한몫을 했다. 한국바스프,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코스트코코리아 등은 지난해 매출액에 비해 당기순이익이 크게 저조해 100대 기업 진입에 실패했다. 이중 일부는 올해 드디어 100위권에 진입했지만 여전히 당기순이익에서 저조한 실적을 보여 상위권 진입에는 실패했다. 52위에 오른 한국바스프의 경우 매출액 순위는 5위지만 당기순이익이 187위에 그쳐 50위권에는 들지 못했다. 지난해 외국계 100대 기업 진입에 실패(132위)하며 아쉬움을 맛봤던 코스트코코리아는 올해 역시 순이익에서 적자를 기록하며 100위권 문턱에서 머물러야 했다(120위). 대부업체의 두드러진 활약과 더불어 금융권인 생명보험사들의 성과도 눈에 띈다. 올 해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사상 처음으로 13%대를 넘어섰다. 전문화된 상품개발과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전략 등을 앞세워 선전했다는 평가다. 특히 ING생명보험의 경우 지난해 15위에서 10계단 이상 상승한 4위를 기록했다. 푸르덴셜생명보험(11위)과 메트라이프생명보험(14위) 역시 지난해보다 소폭 상승해 이들 3개 생명보험사가 모두 15위권에 자리를 잡았다. 경기불황을 반영하듯 문화와 관련된 영화ㆍ음반분야 외국계 기업들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497억원의 매출액과 6억7,000만원의 순이익을 올려 181위에 올랐던 월트디즈니컴패니코리아는 순이익이 급락(-7억원)하면서 286위에 그쳤다. 콜럼비아트라이스타영화사 역시 순이익 적자를 기록하며 200계단 이상 떨어진 455위를 기록했다. “불황의 골이 깊어져 불황도 비켜간다던 명품판매마저 저조하다”는 최근 일부 보도를 반영하듯 명품회사들의 실적은 지난해보다 썩 좋지 않다. 지난해 빠른 성장속도를 자랑하며 100위권 진입을 목전에 둔 것으로 평가됐던 명품기업들은 올해 순위에서 수십 계단씩 미끄러진 결과를 보여줬다. ‘프라다’ 브랜드로 유명한 프라다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166위에서 올해는 242위로 80계단 가까이 떨어졌고 루이비통코리아는 189위에서 275위로 내려앉았다. 그나마 화장품 수입업체인 시슬리코리아가 182위로 선전하며 체면을 유지했다. [ 돋보기 | 한국신용평가정보는 이런 회사 ] 한국신용평가정보(대표 박상태)는 88년 첫선을 보인 이후 시장점유율 1위를 고수해 온 신용평가회사다. 기업과 산업, 금융분야에 걸쳐 전문화된 온라인 종합 정보서비스를 제공한다. 39만여개 기업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어 국내외 금융기관, 공공기관 등에서 한국신용평가정보에서 제공하는 기업정보(www.kisline.com)를 종합정보의 표준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게 회사측의 자랑이다. 실제로 많은 금융기관의 일선 창구에서 ‘KIS-LINE’을 통해 기업심사와 신용정보분석, 그룹ㆍ산업분석 평가 등의 업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인정보에서도 한국신용평가정보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개인의 금융ㆍ상거래상 신용정보를 수집해 이를 금융기관 등에 서비스하는 한편 지난해 초에는 종합적인 개인신용도를 평가하는 크레디트 뷰로를 선보였다. 미국의 3대 크레디트뷰로 가운데 하나인 트랜스 유니온(Trans Union)의 전산시스템을 벤치마킹해 크레디트뷰로 사업에 필요한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 특히 전산개발이 여의치 않은 중소형 회원사들을 위해 지난해 10월에는 웹을 통한 크레디트뷰로 서비스를 추가했다. 지난해 5월에는 단기연체정보 서비스를 시작했고, 9월에 식별정보 서비스, 10월에는 대출ㆍ보증정보 서비스, 11월에는 개인종합신용평점(이하 CB스코어) 서비스, 12월에는 개인의 신용거래 이력을 파악할 수 있는 이력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CB스코어는 크레디트뷰로 회원사를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것으로 이 회사가 보유한 개인의 신상정보와 신용불량정보, 대출ㆍ채무보증정보 등을 통계적으로 분석해 개인의 신용도를 계량화한 것이다. 한국신용평가정보의 자료는 특히 산업정보를 검색하다가 기업정보로, 또 기업정보에서 인물과 그룹정보 등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결이 가능해 분석ㆍ조회가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에 여러 사이트나 발간물 등을 통해 여러 단계로 정보를 찾는 데서 한차원 진화된 서비스인 셈이다. 또 건별로 과금하는 가격체계가 아닌 정액제 서비스 방식이라는 특징도 있다. 이 회사는 내년에는 채무자의 장기부실화를 예측하는 파산예측모형, 신용불량자의 신용정상화 가능성을 예측하는 신용회복모형 등 다양한 평가모델을 개발해 금융기관에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