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M은 서버, 스토리지 등 하드웨어부문에서 논쟁의 여지가 없는 강자다. 끊임없이 IT 아젠다를 만들어내 이를 고객인 기업에 알리고, 그 아젠다에 필요한 인프라를 갖추게끔 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선도해 왔다. 1967년 당시 경제기획원 통계국에 국내 최초의 컴퓨터를 납품했다는 이 회사는 이후 꾸준히 컴퓨터 사용기술을 전수하며 국내 컴퓨터산업의 발전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상복도 많았다. 94년 문화체육부로부터 ‘대한민국 기업문화상 우수상’을 받았고, 한국능률협회로부터 ‘국제화 대상 특별상’을 받았다. 그밖에도 2002년 국내의 기업이미지 조사에서 ‘현지화에 가장 성공한 외국기업’, ‘한국경제에 가장 크게 기여한 외국기업’, ‘가장 입사하고 싶은 외국기업’에 2년 연속 선정됐다. 2002ㆍ2003년에는 ‘윤리경영 대상 인재양성부문’을 수상했으며, 경실련 산하의 경제실천연구소로부터 ‘바른 외국기업상’과 정보통신부에서 수여하는 ‘디지털 지식경영대상 SI부문’을 받기도 하는 등 수상경력이 화려하다. 한국IBM은 수출에 기여하는 기업이라는 점도 강조한다. 82년 ‘국제기술구매사무소’를 설립, 국내 제품을 IBM 해외공장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 5년간 약 50억달러의 국내 기술제품이 해외 IBM으로 수출됐는데, 이는 같은 기간 한국IBM 수입규모의 6배에 해당한다. 한국IBM은 연 평균 15억달러어치의 국내 제품을 전세계 IBM 공장으로 수출하고 있다. 항상 새로운 IT 아젠다를 만들어내 이를 판매로 연결시키는 이 회사의 올해 화두는 ‘온 디맨드’(On Demand). IBM은 향후 100억달러를 투자해 ‘e-비즈니스 온 디맨드’ 전세계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IBM이 본사 차원에서 컨설팅업체인 PwC를 인수한 뒤 150여개국 6만여명의 전문가를 동원해 개발한 개념이다. 이는 한국IBM을 비롯해 전세계 IBM 현지법인에 공통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IBM은 아웃소싱을 포함한 자사 IT 전략은 물론 일반 기업이 추구해야 할 기업형도 ‘온 디맨드’로 규정한다. 이 회사가 말하는 온 디맨드는 핵심업무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기업이 시장과 고객의 변화를 신속히 감지해 이를 경영에 반영하는 것이다. 한국IBM은 ‘온 디맨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프로세스, 전산운영환경, 조직과 기업분화까지 혁신해야 한다고 말한다. ‘온 디맨드’를 지원하기 위한 IT환경이 마련되기 위해서는 우선 주요 프로세스의 개방과 통합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모든 데이터와 전산환경이 통합되고 개방형 표준을 채택해야 하는데 한국IBM은 관련기술의 최고전문가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한국IBM은 기업의 경영 프로세스 혁신과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등 전산운영환경을 지원하고 전기처럼 쉽게 쓸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3가지 차원에서 ‘온 디맨드’ 전략을 구사한다. 경영 프로세스 혁신에서는 컨설팅그룹(IBM BCS)이 주도해서 고객사의 산업환경을 연구하고 핵심역량을 키우는 변혁의 방향을 제시해준다. 그리고 고객사는 IT 인프라는 물론 업무 프로세스와 관련된 서비스에 대한 요금을 사용량에 따라 내면 된다. 서버 자원을 가상화해 고객이 필요한 만큼만 자원을 할당하는 ‘가상서버 서비스’나 스토리지를 기가바이트(GB) 단위로 제공하는 ‘스토리지 온 디맨드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한국IBM은 통신사업자 금융권 등 경영여건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산업영역을 중심으로 초기 컨설팅 사례를 확보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미국 IBM은 최근 아메리칸익스프레스, JP모건 등과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김수연 기자 soo@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