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테러 공포에 휩싸여 있다. 특히 9·11테러 용의자인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테러조직 알 카에다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추종세력들은 미국 영국 등 서방인들을 상대로 무차별적인 테러를 일삼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테러의 그림자'가 우리에게도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알 카에다 잔당들이 있는 아프가니스탄에 2백5명의 병력을 다국적군 형태로 파병하고 있으며 이라크에도 기존 병력 외에 3천여명을 추가로 보내기로 한 상태다. 알 카에다 조직을 자극할 수 있는 '움직임'인 셈이다. 실제로 최근 아프간 주재 한국대사관에 대한 자살폭탄 테러 첩보가 입수돼 현지 공관원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무 부처인 외교통상부는 테러 가능성이 있는 지역의 교민과 공관원들의 정보를 늑장 발표해 비난을 사고 있다. 지난 21일 바그다드 팔레스타인호텔 피격 때 국회조사단이 이 호텔에 머물고 있고,'모두가 무사하다'는 소식이 외교부보다 국회에서 먼저 나온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같은 보도가 나간 30여분 후에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대사관과 국회조사단이 있는 호텔이 피격됐다"고 뒤늦게 발표했다. 이에 앞서 외교부의 지나친 정보 비공개도 구설수에 올랐다. 외신들이 팔레스타인호텔에 대한 로켓 공격 소식을 타전하자,이 호텔에 주이라크 대사관이 입주한 사실을 알고 있는 출입기자들이 외교부 당국자에게 현지상황을 물었다. 대답은 "공관원 모두 무사하다"는 것뿐이었다. 당국자는 '공관원이 몇명이냐'는 기자들의 잇단 질문에 "보안사항이므로 얘기해줄 수 없다"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공관원 수 등은 정부 내 다른 부처에서 자세히 나왔다. 외교부는 테러 발생지역의 상황과 교민과 공관원들의 안전 여부를 어느 부처보다 신속 정확하게 확인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 이를 늑장 발표하거나 정보공개를 기피하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되는 것은 뻔한 일이다. 테러 위험지역의 정보수집을 소홀히 해놓고 '보안 핑계'를 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권순철 정치부 기자 i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