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묵은 삼성차 부채, 법적조치 검토중 3년 가까이 지지부진하게 끌어온 삼성자동차 부채 회수 문제가, 최근 삼성차 채권단이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과 함께 또 한번 물위로 떠오르고 있다. 더구나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채무 회수 의무를 다하지 않는 서울보증보험 등에 감사원이 감사를 실시할 것을 요청하고 나서기로 하는 등 채권단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삼성차 채권금융사들은 지난 99년 삼성차가 법정관리로 넘어감에 따라 입은 손실을 보전받기 위해 이건희 회장 및 삼성 계열사들과 2조4,500억원을 2000년 12월21일까지 변제받는 손실금 보전합의서를 체결했었다. (박스기사 참조) 그 내용은 삼성생명 주식을 1주당 70만원씩 쳐서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350만주를 증여받은 뒤 상장을 통해 2000년 12월 말까지 손실금을 회수하되, 만약 부족액이 발생하면 이회장이 50만주를 추가 증여하고, 시일을 넘기면 31개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이를 책임지고 연 19%의 지연이자를 물어준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변제기간이 2년 10개월 지난 지금까지 채권단은 1조7,000억원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생명 상장도 다시 물건너 갔고, 삼성은 이자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때부터 현재(10월 말 기준)까지 지연이자만 연 19%를 적용했을 때 1조3,000억원(연간 4,655억원) 가량 된다. 삼성생명 상장 무산으로 다시 촉발 그렇다면 삼성은 왜 이자를 내지 않는 것일까. 삼성은 합의서 자체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삼성구조본 관계자는 “당시 합의서가 작성될 때 분위기가 이것을 만들지 않으면 금융사들이 제재를 가해 당장이라도 삼성이 어떻게 될 것 같은 분위기였고, 이렇게 강압에 의해 작성된 합의서대로 이자를 낼 수는 없다. 삼성생명이 상장만 되면 저절로 다 풀릴 사안인데 그게 해결이 안되고 있어 문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차 부채의 채권금융기관은 99년 당시 16개. 지금은 합병 등으로 숫자가 달라졌다. 이중에서 서울보증보험과 우리은행, 산업은행 등의 보유비중이 크다. 삼성생명 상장이 올해도 어려운 것으로 결론나자 잇따라 사장단 회의와 운영위원회 실무소위원회 등이 열렸다. 그리고 11월4일 운영위원회가 열리고 난 직후 연합뉴스는 삼성차 채권단이 올해 안에 삼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서울보증보험은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실무 차원에서의 검토는 있었지만 현재 삼성과의 소송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린 바 없다”고 발표했다. 그간 채권 회수에 시간을 들여온 것과는 대조적으로 매우 신속한 행동이었다. 사실 지난 2001년 이후부터 서울보증보험은 여러차례 빚을 받기 위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01년 9월 박해춘 서울보증보험 사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참고인 진술에서 “삼성측을 상대로 손실금 지급을 요청하는 가처분신청과 지연이자 청구소송 등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고, 2001년 11월과 올 8월에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생명보험사 상장기준이 연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주당 70만원을 변제받기 위한 법적 조치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이처럼 여러차례 의사 표현에도 불구, 2001년은 물론이고 지금까지 법적 조치는 매번 흐지부지되고 실제로 취해진 적은 없었다. 채권단 관계자는 행동에 나서지 않는 이유에 대해 삼성생명 주식의 평가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점, 꼭 소송이 아니라 다른 방법도 찾아볼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그러나 금융계에서는 채권단이 재계 1위인 삼성의 심기를 거스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정말로 삼성차 부채를 받기 위한 행동이 취해질까. 일단 채권단은 ‘밀린 이자에 대해서는 소송밖에 길이 없다는 데 공감한 상황’이라는 정도만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채권단 중에서도 일부는 법에 호소해 이자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좀더 강력하게 밝히고 있어 의견이 완전히 일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는 삼성차의 최대 채권자인 서울보증보험과 우리은행에 ‘삼성자동차 손실금 관련 법적 조치 계획’을 묻는 공문을 보내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또 서울보증보험 및 서울보증보험의 지분 99.21%를 보유한 예금보험공사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앞서 9월19일 자료집을 발간, 정기국회에 내고 삼성차 문제에 대해 국정감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시민단체가 이처럼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삼성차 채권금융기관협의회 소속 금융기관의 대다수가 98년부터 최근까지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금융기관이기 때문이다.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등이 공적자금을 회수하려면 이들 채권금융기관이 삼성차로부터 발생한 손실을 보전받아야만 한다. 결국 국민의 세금이 떼이고 있는데도 이들 채권금융기관은 의무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수연 기자 soo@kbizweek.com ----------------------------------------------------------------------------- INTERVIEW | 삼성차 채권금융기관 관계자 “신중하게 최선의 방법 모색 중” 채권단은 운영위원회를 구성, 회수업무를 맡고 있다. 채권금융기관 중 서울보증보험, 우리은행, 대한투자증권, 외환은행이 운영위에 참여하고 있으며, 간사는 우리은행이 맡고 있다. 는 운영위 실무진 및 임원단 여러 명에게 전화인터뷰를 시도했다. 이들 중 일부는 자세한 언급을 피하기도 했고, 일부는 입장 밝히기를 주저했다. 서울보증보험 법정채권부 남순찬 부장 : 아직 소송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 이건희 회장은 이미 사재를 출연했고 손실을 삼성 계열사가 맺기로 협약했는데 ‘삼성전자가 지원을 할 경우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한다’면서 임원을 상대로 소송을 내는 참여연대가 다른 한편으로는 ‘빨리 빚 안 받고 뭐하냐’고 재촉하는데 이게 앞뒤가 안 맞는다고 생각한다. 꼭 소송밖에는 해결책이 없는가, 다른 대안은 없는가 여러가지로 검토 중이다. 하지만 현재 검토되고 있는 구체적인 대안에 대해서는 말할 것이 없다. ‘삼성 계열사가 부담하는 것이 빚을 받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게 채권단의 공감대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지금은 별로 대답할 말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이 삼성생명 주식을 출연한 것도 도의적인 부분에서 그렇게 한 건데 더 이상 어떻게 책임을 질 수 있겠는가. 산업은행 김종배 이사 : 삼성생명 주식을 얼마로 평가해야 할지 확정이 되지 않았다. 즉 빚을 받기는 받아야 하는데 도대체 얼마를 받아야 하는지가 결정이 안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본안 소송은 현재 금액이 확정이 안된 관계로 당분간 어렵다고 봐야 한다. 대신 법률자문을 구해 보니까 이자 부분에 대해서는 소송이 가능하겠다는 의견을 얻었다더라. 그래서 11월14일 열리는 채권단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그 문제를 논의할 것이다. 우리은행 허 환 팀장 : 소송에 대해 확정된 것 없고, 11월14일에 운영위원회 열린다는 것도 모른다. 산업은행이 의지를 갖고 추진하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 INTERVIEW |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박근용 팀장 “채권단, 회수의무 게을리 할 핑계 없어” 삼성차 채권단은 참여연대를 마땅찮아 하던데. 그거야 계속 공문을 보내서 귀찮게 하니까 그렇다. ‘삼성차 부채를 나눠 지면 소액주주가 피해를 본다’며 삼성전자 임원들에 대해 위법행위 유지 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계열사로부터 빚을 받는 행위를 비난하면서, 한편으로는 빨리 빚 안 받는다며 채권단을 재촉하는 참여연대의 행동은 앞뒤가 안 맞는다고 비판하는 소리도 있었다. 합의서에는 출연한 주식으로 모자라면 이건희 회장이 삼성생명 주식 50만주를 추가 출연하게 되어 있다. 그러니 우리는 채권단이 삼성으로 하여금 합의서를 즉시 이행케 하는 법적 행동부터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고도 모자라는 부분이나 지연이자에 대해서는 역시 합의서에 나타난 대로 31개 삼성 계열사가 부담을 해야 할 텐데, 이에 대해서는 31개 계열사 중에서 삼성일가의 지분 비중이 큰 삼성에버랜드 등 비상장사가 우선적으로 부담하는 게 옳다고 본다. 상장사가 부담할 경우 다른 주주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합의서에는 그냥 31개 삼성 계열사라고만 되어 있지 정확히 얼마씩 부담할 것인지에 대해서 언급이 없다. 또한 상장 삼성 계열사가 이를 부담한다 할 경우 그로 인해 피해를 본 소액주주들이 임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등을 청구할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삼성 계열사 임원들을 상대로 하는 것이지 서울보증 등 채권단을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이렇듯 별개 문제이기 때문에 그것을 핑계로 채권단이 의무를 게을리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할 계획인가. 서울보증 등 채권단이 빚을 받아내도록 강제할 수 있는 법적 조치를 취할 게 딱히 없다. 그게 참여연대도 답답해하는 부분이다. 이제껏 해오던 대로 채권단이 의무를 다할 것을 계속 촉구하는 한편 정부의 결단도 촉구하려고 한다. 서울보증의 대주주가 예금보험공사이고, 따라서 사실 이 문제는 정부의 결단이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 손실보전 합의서 주요 내용 1. 이건희 회장은 채권금융기관의 손실을 보상하기 위해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채권금융기관에 무상으로 증여하며…. (중략) 2. 이건희 회장 및 삼성그룹 31개 계열사는 16개 채권금융기관에 2000년 12월31일까지 2조4,500억원의 지급을 완료할 것을 보장함. 3. 삼성그룹 31개 계열사는 채권금융기관에 증여된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2000년 12월31일까지 매입해 그 대금을 채권금융기관에 지급함. 4. 만약 그 대금이 2조4,500억원에 부족할 경우 이건희 회장은 채권금융기관들에 개인 소유의 삼성생명 주식을 50만주까지 추가로 증여함. 5.이건희 회장이 추가 출연하는 삼성생명 주식으로도 부족할 경우, 삼성그룹 31개 계열사들은 부족액만큼 채권금융기관과 협의하여 채권금융기관에 대한 자본출자 또는 채권금융기관이 발행하는 후순위채권 매입 방법으로 손실을 보전함. 6. 이건희 회장과 삼성그룹 31개 계열사가 2000년 12월31일까지 2조4,500억원의 손실을 보전하지 못할 경우, 삼성그룹 31개 계열사는 채권금융기관들에 부족분에 대해 그 이행일까지 우리은행 은행계정 연체이율에 의한 지연이자 상당액을 지급함. 7. 삼성그룹 31개 계열사가 2000년 12월31일까지 삼성생명 주식을 처분하지 않을 경우에는 채권금융기관이 임의로 주식을 처분할 수 있음. ---------------------------------------------------------------------------- 합의서 이행 주체 : 채무자 갑 삼성그룹회장 이건희 채무자 을 : 삼성물산 등 31개 삼성그룹 계열사 삼성물산 제일모직 삼성전자 삼성전관 삼성코닝 삼성전기 삼성에버랜드 삼성중공업 삼성항공산업 호텔신라 삼성엔지니어링 제일기획 삼성라이온즈 삼성SDS 삼성종합화학 삼성광주전자 제일보젤 삼성경제연구소 삼성정밀화학 스템코 스테코 한덕화학 삼성코닝정밀유리 한국DNS 삼성상용차 아산전자 에스원 노비타 서울통신기술 삼성전자서비스 무진개발 채권자 : 서울보증보험 등 16개 금융기관 한빛은행 산업은행 외환은행 서울보증보험 신한은행 한미은행 국민은행 주택은행 조흥은행 하나은행 경남은행 한아름종합금융 국민리스 아세아종합금융 상은리스 대한투자신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