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대기업 총수까지 출국금지 조치한 것으로 알려지자 재계가 경악하고 있다. 무차별적인 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기업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던 기업들은 총수 등 최고경영자들까지 검찰 소환을 눈앞에 두자 "과거 노태우 비자금 사건 때와 같은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며 불안해 하고 있다. 재계는 검찰의 수사가 기업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대외 신인도를 떨어뜨리는 심각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 초긴장하는 재계 LG측은 뚜렷한 혐의가 없는 상황에서 지주회사인 ㈜LG의 강유식 부회장에 이어 구본무 회장까지 수사 대상에 오르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LG 관계자는 "검찰 수사과정에서 마치 범법행위를 저지른 것처럼 비춰질까봐 우려된다"며 "검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재계는 기업에 대한 조사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검찰이 기업 압박차원에서 그룹 총수까지 조기에 소환할 것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형평성을 강조하는 검찰 조사의 생리상, 특정 총수에 대한 소환은 대기업 총수의 잇단 소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95년 김영삼 대통령이 '역사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비자금을 조사할 때도 대부분의 총수들이 검찰에 줄소환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삼성도 구조조정본부장인 이학수 사장을 비롯 개인적으로 1억원씩 정치자금을 제공한 중량급 최고 경영인들이 줄줄이 출금당하자 충격에 휩싸였다. 삼성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영수증 처리를 통해 적법하게 정치자금을 낸 만큼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모든 혐의를 벗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검찰의 고강도 압박에 초조해 하는 모습이다. 현대자동차 롯데 한진 등 다른 그룹들도 검찰 조사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근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검찰이 불법 정치자금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분식회계나 탈세, 외환관리법 위반 등 다른 비리를 끈질기게 들출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 극도로 위축된 기업 경영 기업들은 검찰의 불법 대선자금 조사가 기업과 정치권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눈치다. 그러나 검찰의 무차별적인 기업 수사압박은 자칫 경영 의욕을 저하시키고 대외 신인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기업 경영에 대한 불투명성이 커지면 고용ㆍ투자ㆍ수출 등 일상적인 경영활동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수사의 범위를 불법 정치자금 제공에 한정하고 기업들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형식으로 수사가 이뤄지길 원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규황 전무는 "수사범위를 넓히고 강도를 높일 경우 회복조짐을 보이던 경제가 먹구름에 휩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기업들의 도덕성에 상처를 입히면 가뜩이나 동투로 악화되고 있는 노사관계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며 "가능한 한 빨리 수사가 마무리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