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isb@ekdp.com 광동제약사라는 조그마한 회사를 차려놓고 직접 경옥고를 만들어 내다 팔기 시작한 것이 벌써 40년 전 일이다. 말이 회사였지,채 몇 평 되지도 않는 공장 겸 사무실 겸 창고에서 거의 혼자서 생산과 영업을 도맡아 했던 시절이었다. 그래도 지금 광동제약의 뿌리가 그 시절에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보람있는 창업기였다. 그런데 채 자리를 잡기도 전에 시련이 닥쳐왔다. 우리보다 후발로 경옥고를 만들어 팔던 회사에서 인삼 대신 도라지를 원료로 썼다는 투서로 검찰이 수사를 하게 되었고,그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우리가 만든 광동경옥고에도 불똥이 튀었다. 모든 경옥고 제품은 다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단골 고객들마저 등을 돌렸고,재고가 쌓여갔다. 우리 제품은 좋은 재료만을 엄선해 쓴다고 설명을 해봐도 소용 없었다. 하루하루 버티기 힘든 시간이었지만 묵묵히 최고의 약재만 골라 경옥고를 만들어 고객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애썼다. 결국 도라지 사건은 우리에게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긴 했지만,그 과정은 고통스러웠다. 한 사람의 부도덕한 업자가 업계 전체에 얼마나 큰 피해를 줄 수 있는지 깨닫게 한 사건이었다. 기업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신뢰를 쌓아야 더불어 사는 기업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특히 국가 경제의 상당 부분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고려하면 신뢰는 중요한 문제다. 한국 물건을 사서 쓰는 외국인들은 제품의 브랜드를 생각하기보다는 그냥 '한국 제품'이라고 받아들이기 쉽다. 한 회사의 제품이 엉터리 품질이라면 그것은 곧 'made in korea'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한 기업이 정성을 다해 만든 제품이 동일한 한국 제품을 신뢰하게 만들고,나아가 세계시장에서 모든 한국산 제품을 선호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우리가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 바로 그 같은 기업인의 자세가 아닐까. 40년 전에 있었던 가짜 경옥고 사건은 지금도 내게 큰 교훈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그 교훈을 생각하면 지금도 내가 직접 원료를 챙기며 제품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 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