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사실상 KCC(금강고려화학)그룹으로 계열편입됨에 따라 현대아산의 대북사업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정종선 KCC 부회장은 14일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현대아산이 중심이 돼 진행해온 대북사업도 이익이 나지 않을 경우 재고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관계 등 정치적 논리보다는 기업의 이익을 우선시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한 KCC 관계자는 "정부와 협의해 대북사업의 앞날을 결정하겠다"고 밝혀 장기적으로는 대북사업권을 정부에 이양하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아산의 금강산관광 사업은 지난 98년 11월 `분단 50년'의 장벽을 허무는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받으며 화려하게 시작됐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관광객이 줄어들어 4천500억원의 자본금은 이미 잠식됐다. 올들어서도 지난 7월까지 월 평균 관광객이 3천명을 밑돌 정도로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정몽헌 회장이 사망한 후 9월부터 육로관광이 재개되면서 관광객수가 1만명을 웃돌 정도로 운영난에 숨통이 트이고 있지만 흑자로 돌아서기에는 아직 요원하다. KCC측 발표로 보아 이처럼 현대아산이 장기적으로 대북사업에서 이익을 실현하지 못하면 결국 그룹에서 분리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현대아산에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KCC측의 의중 파악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당장은 KCC의 발표에 대해 뭐라 말할 수 없으며 현재 방북중인 김윤규 사장이 돌아오면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현대그룹측에서는 대북사업은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의지로 시작되고고 정몽헌 회장도 살아 생전 마지막 힘을 쏟아 부은 `대업'으로, 대북사업을 버리겠다는 것은 현대그룹의 정통성을 전면 부정하겠다는 의미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현대아산의 대주주는 현대상선으로 40%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나머지는현대건설(19.8%)과 현대중공업(9.95%), 현대자동차(5%), 현대미포조선(5%), 현대증권(4.5%), 현대상사(2.9%), 현대백화점(2.9%), 자사주(9.47%) 등 옛 현대계열사들이나눠갖고 있다. KCC는 현대상선의 현대아산 지분을 처분함으로서 계열 분리를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 관계자도 "정 명예회장 측에서 현대상선이 가지고 있는 현대아산지분을 처분하라는 요구를 해온 적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KCC의 의도대로 현대상선이 현대아산의 지분을 처분하기 위해서는 적지않은 현대아산 지분을 갖고 있는 정몽구 현대차회장과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 등과협의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여 원만하게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물론 협의없이 현대아산 지분을 처분할 수도 있지만 정 명예회장이 정몽구 회장및 정몽준 의원 측과 틀어지는 것을 감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설사 KCC가 현대아산을 현대그룹에서 분리시킨다 해도 `현대가'가 대북사업에서완전히 손을 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정몽구 회장과 정몽준 고문이 적극적으로 돕지는 못하겠지만 부친의 유지가 깃든 대북사업에서 발을 빼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KCC측이 대북사업의 특수성을 들어 정부가 사업을 맡을 것을 요구할 가능성도있지만 이도 `현대가' 전체의 동의를 전제로 추진돼야하고, 정부도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 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정몽헌 회장의 가신중 한 명인 김윤규 사장을 경질하는 선에서 일을 마무리지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더 두고봐야겠지만 현대아산은 이미 독자 생존의 길을 가고있다"면서 "어떠한 상황에도 흔들림없이 대북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