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이색직업들이 많다. 기업이나 상품의 이름을 지어주는 네이미스트(Namist),어항 속의 물고기를 치료하는 물고기질병치료사,결혼식장이나 생일파티장 등에서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틀어주는 모빌DJ,컴퓨터로 각종 악기의 음악을 만들어 내는 원맨밴드 등 이루 열거할 수 없을 지경이다. 외국에는 장난같은 직업들이 더욱 다양하다. 침대요의 부드러움을 조사하기 위해 침대를 걸어다니는 '매트리스 워커'가 있는가 하면,지하철이나 거리에 부착된 광고 속의 인물에 낙서해 놓은 수염 등을 지우는 '수염 닦이'도 있다. 심지어는 강가의 솜부대 위에 걸터앉아 낮잠 자는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들은 그 지역이 평안하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시당국에 의해 고용된 엄연한 직업인이다. 대학졸업을 앞둔 예비직장인은 물론이고 모든 청소년들은 자신의 장래 직업을 놓고 많은 생각을 한다. "어떤 일이 내 적성에 맞고 또 평생을 즐기면서 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다. 환란 이전만 해도 '평생직장'에 관심이 많았으나,이제는 흥미와 수입을 고려한 '평생직업'을 찾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직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남녀구분은 물론이고 그 귀천(貴賤)도 사라졌다. 여성부가 엊그제 내놓은 설문조사 자료를 보면 여학생들이 흥미를 느끼는 직업으로는 여군 애견미용사 여경 메이크업전문가 순으로 나타났다. 흥미를 느끼는 직업과 희망하는 직업이 다르긴 하지만,전통적인 남자 위주의 직업에 여자 청소년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한 것 같다. 직업을 갖는 이유도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자아실현'을 꼽아 '사회적인 지위'를 중요시하는 기성세대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부모들은 아직도 의사 판사 등 전통적인 인기직업을 여전히 선호하고 있어 자녀들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는 하다. 특히 여자아이에겐 아직도 어른들이 적성을 무시한 채 성적만을 내세워 "이런 직업을 택하라"고 강요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사회에는 1만3천종류의 직업이 있다는 사실을 직시했으면 한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