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고 있는 가계대출이 금융 위기를 부를 수 있다고 한국은행이 경고하고 나섰다. 한국은행은 13일 '금융 위기 전후 우리 나라와 북구 3국의 은행 경영 비교'보고서에서 "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 등 북구 3국이 80년대 후반 금융자유화 등으로 크게 증가한 대출이 90년대 초반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부실화돼 금융 위기가 발생했다"고 지적하고 유사한 상황인 우리 나라는 이를 반면 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북구 3국은 80년대 후반 실물 경기 호황으로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급등하는 등 거품 현상을 보이며 부동산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금융기관 대출이 크게확대됐다"고 상기시켰다. 보고서는 "그러나 90년대를 전후해 실물 경기가 둔화되고 거품이 꺼지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락했고 이에 따라 관련 대출의 담보 가치가 하락하고 원리금 연체가 크게 늘어 금융기관의 부실 대출이 급증, 금융 위기 상황을 맞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따라서 "우리 나라도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급격히 증가한 대출 자산의위험 관리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 분석 결과 우리 나라 일반은행의 원화 대출금이 총자산에 차지하는 비중은1997년 말의 36.4%에서 2002년 말에는 57.8%로 급격히 상승했으며 작년 중 원화 대출금 증가율 29.5%는 외환 위기를 맞았던 97년과 같았다. 총자산에서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97년 말 11.8%에서 작년 말에는 29.7%로 2배 이상 급등했다. 보고서는 "외환 위기 이후 가계대출이 매년 40%대의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어 경기 악화로 버블이 걷힐 경우 가계대출의 대규모 부실화가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또 "최근 우리 나라의 가계대출은 기업의 자금 수요 둔화에 따라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자산 운용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북유럽 3국에서 가계대출의 급격한 확대와 이로 인한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부작용이 금융 위기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점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우리 나라 은행들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 및 기본자본비율의 절대 수준이 스웨덴이나 노르웨이에 비해 낮은 수준이므로 기본 자본을 확충해자본구조를 더욱 견실히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BIS 비율은 우리 나라 은행들이 평균 10.5%인 반면 노르웨이 11.7%, 스웨덴 15.6% 등으로 우리 나라에 비해 견실한 수준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