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 강원도 일부와 경상도에서 쓰이는 사투리로 부엌이라는 뜻이다. 복원공사가 한창인 청계천변 서울 종로구 서린동 한국화장품빌딩 지하에 한식당 정지가 있다. 부엌에서 참맛이 나온다는 의미로 정지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10년 전 개업한 정지는 서린동에서는 오삼불고기로 유명해 낙지 다음으로 손꼽히는 메뉴다. 인근은 물론 강남에서까지 오삼불고기를 먹으러 올 정도라고 종업원은 귀띔한다. 경기가 좋을 때는 번호표로 줄을 설 정도라고 너스레를 떤다. 어떤 손님은 저녁에 오삼불고기에 술 한잔을 하고 다음날 점심에 오삼불고기 국물을 먹어야만 풀려 다시 들른다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오삼불고기는 오징어와 돼지고기를 넣고 당근, 양배추 등 야채와 팽이버섯, 표고버섯을 함께 끓인다. 여기까지는 다른 식당도 마찬가지다. 만드는 과정을 보면 별 다른 것이 없다. 정지의 오삼불고기가 왜 소문이 났을까. 맛은 육수에서 나온다. 최호길 사장만이 아는 특수비법이라고 알려주지도 않는 육수는 걸쭉한 것으로 봐서 녹말가루를 넣지 않을까 하는 추측뿐이다. 손님들도 맛을 보면서 저마다 한마디씩 육수의 재료를 파악하지만 최사장은 미소로서 대답할 뿐 재료를 밝히지 않는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새벽에 혼자 나와 최사장이 직접 만든다는 것이다. 정지의 메뉴는 오삼불고기 외에도 빌딩가에 있는 만큼 다양하다. 오삼불고기를 주메뉴로 북어찜, 콩비지, 쌈밥 등을 취급한다. 한국인이 아는 메뉴는 다 있을 정도다. 사실 정지는 오삼불고기 전문점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빌딩이 운집해 있는 중심가에 있다 보니 메뉴의 개발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최사장은 “오삼불고기가 아무리 맛있어도 매일 먹으면 질린다고 하나하나 메뉴를 추가하다 보니 다양해졌다”며 “그래도 아직 오삼불고기의 맛은 변함없다”고 강조한다. 정지의 음식재료는 매일 아침 최사장이 직접 나가 사온다. 야채류는 문래동의 야채도매시장에서 사오고 고기는 마장동에서 싱싱한 것을 골라온다. 직장인이 주 고객인 만큼 점심은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가격대다. 4,000~5,000원대의 메뉴가 주류를 이룬다. 저녁에는 주로 오삼불고기를 주메뉴로 한다. 정지의 최사장은 ‘맛을 기본으로 서비스로 최고를 지향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서비스 또한 최고다. 손님이 귀찮을 정도로 자주 식탁에 들러 떨어진 밑반찬을 바꿔주고 음식을 더 갖다 준다. 3명이 오삼불고기 2인분을 시켜놓고 있으면 당면도 넣어주고 야채도 넣어주고 돼지고기도 넣어줘 나중에는 4인분은 먹고 올 수도 있다. 그야말로 부엌에서 인심 나는 현장이다. 이영석 기자 stone@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