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PET)맥주는 병맥주 맛을 낼 수 있을까. 오비맥주와 하이트맥주가 국내 처음으로 페트병 맥주를 선보임에 따라 페트맥주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두 업체는 "용기만 유리병에서 플라스틱 페트병으로 바뀌었을 뿐 맛은 그대로"라고 주장한다. 페트병의 약점은 스스로 호흡한다는 것. 유통기한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내부 공기가 페트의 미세한 틈으로 들락거린다. 맥주의 맛은 산소와 닿는 순간 변하기 시작하는 탓에 페트 재질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는 자칫 제품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제품을 먼저 출시한 오비맥주측은 "'오비 큐팩'은 용기가 신소재로 만들어져 외부 공기 침투를 완전 차단한다"고 주장했다. 김준영 부사장은 "맥주 맛을 싱겁게 하는 산화를 막기 위해 철과 레진 나일론으로 특수 처리한 재질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측은 "'하이트 피쳐'는 3중막으로 페트병을 만들기 때문에 품질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여름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40도 이상 오르는 해변에서는 맛이 조금이라도 변할 수 있다. 두 회사는 "실험을 통해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오비 큐팩과 하이트 피쳐는 모두 1.6ℓ 대용량 제품이다. 5백㎖ 병맥주 3개를 합한 것보다 1백㎖ 많다. 가격은 5백㎖짜리 기준으로 3백원이 싸며 무게는 같은 양의 병맥주(3kg)보다 가벼운 1.6kg이다. 가정에서 가볍게 한두 잔 맥주를 즐기는 소비자라면 대용량 페트맥주는 피하는 게 좋다. 맥주 맛은 따는 순간부터 변하기 때문에 2∼3일씩 보관해두고 마시면 신선도가 떨어진다. 오비측은 "개봉 때 들어가는 산소를 빨아들이는 뚜껑기술(스캐빈저 캡)을 채택했기 때문에 재개봉 때까지 맥주 맛이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