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지분율이 대주주 지분율을 능가하는 기업이 전체 상장사의 10%인 44개로 늘어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 휘말릴 우려가 있는 우량상장사가 급증하고 있어 해당기업들이 좌불안석이다. 여기에는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등 우리나라의 간판기업들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런 현상은 외국인의 계속되는 주식매입으로 거래소 시장의 외국인 지분율이 세계 최고수준인 40%를 넘으면서 어느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나는 과도한 의결권 규제로 국내기업들이 M&A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는데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출자총액제도를 비롯한 공정거래법상의 규제는 물론이고 주주 평등원칙에 어긋나는 상법상의 각종 규제에다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라는 미명하에 금융관계법상의 의결권 제한을 받는 등 2중 3중의 족쇄에 묶인 채 외국계 투기자본의 적대적 M&A 시도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비해 선진국에서는 기존 주주들이 적대적 M&A에 대항해 이사회 결정만으로 신주를 발행해 절반가격 이하로 살 수 있도록 하고 차등의결권을 허용하는 등 다양한 경영권 보호장치를 두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에서는 역차별을 시정하기는 커녕 의결권 승수제도 도입,총수일가의 지분율 공개,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등 되레 적대적 M&A를 부추기는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다간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기업은 경영권 방어에 급급한 나머지 신규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하게 되고 국내 간판기업들이 외국인에게 헐값으로 넘어가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정부는 우량기업을 외국계 투기자본의 적대적 M&A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대적 M&A에 대응한 신주발행을 허용하고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하는 등 경영권 보호에 있어 역차별을 우선적으로 시정해야 한다. 이와함께 시장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고 있는 적대적 M&A를 부추기는 정책도 철회해야 한다. 출자총액 규제를 어떻게든 유지하기 위해 의결권 승수라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신종 규제를 도입하고 그것도 모자라 폐지됐던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을 부활하고 펀드의 지분율 공개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외국계 투기자본에 국내 우량기업을 헐값에 사냥할 기회만 제공할 뿐이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