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으로 내 사업을 일군다' 창업보육센터인 르호봇 선릉센터를 운영하는 전명근 사장(44)과 김순호 고문(51). '동업'이란 솔루션으로 거액(3억원)의 투자자금을 마련,샐러리맨 탈출에 성공했다. 창업보육센터는 입주사들에게 사업을 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제공하는 곳이다. 사무실,집기,비서 등 사업인프라를 제공하는 일종의 서비스업이다. 전 사장과 김 고문은 우연한 기회에 만났다. 인연의 출발점은 1998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IMF경제위기 탓에 당시 두 사람은 '실업' 내지 '자발적 실업' 상태였다. 내친 김에 자기계발에 투자하자고 마음먹었다. 산업정책연구원과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중 하나인 볼링그린대가 함께 개설한 MBA(경영학 석사) 과정에 등록했다. "그 해 11월에 첫 강의를 한국경제신문사 강의장에서 듣고 서울역으로 향하던 길이었죠.같은 방향으로 가던 김순호 고문과 자연스레 인사를 나눴습니다.그리고는 서울역 앞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잔을 기울이며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전 사장)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를 나온 전 사장은 동국무역 마이크로텔레콤 등에서 중국지역 수출입과 마케팅을 담당했다. 2000년부터 2년간은 다국적 기업인 레고코리아에서 영업부장으로 일했다. 노조와 경영진의 채널 역할도 맡았는데 이게 화근이었다. 평행선을 달리는 양측의 조율에 실패하고는 직장생활에 대한 미련도 던져버렸다. "새 직장을 알아볼 수도 있었지만 40대인 데다 뭔가 내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지난해 5월 창업을 결심했습니다.99년초에 르호봇 교대센터에 입주해서 한두달 정도 있었는데 마침 그때 기억이 나더라고요.당시에도 가능성 높은 사업이라 생각했는데 다시 들여다보니 미래지향적인 사업 성격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김 고문의 프로필은 다소 이채롭다. 엔지니어(서울대공대 기계공학과 졸업) 출신인 데도 LG전자,주택건설업체 한양,동일방직 계열사 등에서 주로 수출과 국제금융 기획업무를 맡아왔다. 1997년 이후에는 IT(정보기술)업체 임원과 고문,프리랜서 번역가 등으로 이곳 저곳을 옮겨다녔다. 김 고문은 "말이 임원이었지 안정적인 직장생활은 아니었다"고 지난 세월을 돌이켰다. 김 고문은 "대학 동기들에게 어느 직장에 다닌다고 얘기하기가 멋쩍었는데 이제는 창업보육센터 사업을 하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한다"며 "르호봇 사업과 함께 내 인생도 정착되고 있는 느낌"이라며 만족해했다. 창업보육센터 사업은 투자자금 대비 수익률이 그리 높지 않다. 전 사장은 "월 3부이자 정도"라고 귀띔했다. "3억원을 투자해 월 9백만원 정도를 순수입으로 가져간다"고 얘기했다. 월 총수입은 2천만원이고 영업비용으로는 월 임대비가 6백만원으로 가장 많이 나간다. 대신 수입이 안정적이고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관리가 한결 수월해지는 게 장점이다. 전 사장은 "공간을 모두 임대하고 입주사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정착되는 데 2∼3개월 정도 걸린다"며 "그 이후에는 자금 회전을 체크하고 특별한 상황 발생에만 대처하면 된다"고 소개했다. 그는 요즘은 하루 1∼2시간 정도 이 사업에 할애하고 나머지는 '제2의 사업 아이템'을 찾는 데 전력하고 있다. 글=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