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화여대 교수.환경공학 > 어려울 것 같았던 청계천 복원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벌써 고가가 철거되고 복개도로가 열렸다. 우려했던 교통대란과 인근주민의 피해도 예상보다 쉽게 풀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벌써 청계천 복원 사업의 대성공을 예감한다. 그러나 성공을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이 사업의 성패는 앞으로 시작될 물길 복원에 달려 있다. 복원 후에 만들어질 청계천의 모습과 물관리가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현재 청계천의 복원 목표는 매우 잘 설정돼 있다. 폭우에도 범람하지 않는 치수 기능과 생명이 살아 숨쉬는 생태 하천, 그리고 도시 한가운데서 시민이 물과 더불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친수 공간이 바로 그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복원 모습과 물관리 대책은 아직도 논쟁의 여지가 많다. 특히 광교나 수표교와 같은 역사적 유물을 옛 모습 그대로 되돌리는 것과 어떤 물로 하천을 채울 것인가에 관해서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 논란을 잠재우고 성공적인 복원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 조건이 지켜져야 한다. 첫째, 청계천은 조선시대 원형복원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청계천 유역은 정도 이후 지난 6백년간 끊임없이 개발돼 왔다. 특히 지난 1백년간 급속한 도시화가 이루어졌고,지금은 80%에 가까운 지면이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덮인 불투수면이 됐다. 불투수면이 증가하면 비가 올 때 땅속으로 스며드는 물이 줄어들기 때문에 하천에 유입되는 물이 급속히 불어나 홍수로 이어진다. 그래서 역사기록을 보면 청계천은 조선초기부터 홍수가 자주 발생했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제방 쌓기와 준설 공사를 계속해 왔다. 유역의 불투수면을 기준으로 현재 하천의 통수단면을 조선초기의 것과 비교하면 7~8배 이상 넓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시 말하면,지금의 청계천에 조선시대 광교나 수표교를 그대로 복원한다는 것은 어른 몸에 아이 옷을 입히는 우스운 꼴이 된다. 또한 하천의 통수단면이 축소돼 강우량이 많을 때 홍수가 발생할 수 있다. 원형 복원의 한가지 방법은 청계천을 조선시대의 크기로 줄이고, 지하 하천을 만들어 폭우시 배수하는 것이나 상당한 공사기간과 비용이 요구될 것이다. 둘째, 하수고도처리수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청계천은 비가 올 때 급속히 물이 불어나고 비가 그치면 물이 없는 간헐천이다. 그래서 서울시는 복원후 지하철 용출수와 하수고도처리수, 그리고 한강물을 이곳에 흘릴 예정이다. 이중 하수고도처리수는 처리비용이 적어도 20~30% 더 드는 등의 문제점이 있다. 영원히 계속될 추가비용을 감당하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지금 고도처리수를 사용하는 국내 일부 하천에서 비용 때문에 밤에는 물공급을 중단하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한강물을 두고 고도처리수를 사용하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 비싼 비용을 들여도 고도처리수에는 염분과 영양물질, 그리고 각종 난분해성 물질이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 특히 하수에 남아있는 환경호르몬은 하천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의약품은 상당량 체내에서 사용되지 않고 하수처리장으로 간다. 이중 일부는 처리장에서 분해되지 않고 남아 환경호르몬으로 하천에 들어간다. 우리나라 하천의 물고기가 암수 불균형을 이루는 사례가 자주 발견되는 이유중 하나이다. 선진국의 경우 하수를 고도처리하여 재사용할 때는 사람의 음용과 신체접촉을 철저히 금하고 있다. 도심속 친수공간을 복원목표로 하는 청계천에서 신체접촉이 쉽게 일어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고도처리수를 사용할 경우 하천에 들어가거나 물장난하는 것을 금지시켜야 하며, 만일의 경우 피부병이라도 생기면 관리자가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사)한국맑은물보전협의회 회장 ssp@ewha.ac.kr ..............................................................................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