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기사가 연일 보도되면서 사회문제로 떠올라 있다. 생활고를 비관해 가족이 집단으로 목숨을 끊는가 하면 구직과 실직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현실도피수단으로 자살을 택하기도 한다. 근로자들의 분신자살로 노동계가 온통 들썩거리고,대학 수능시험성적을 비관해 학생들이 자살을 하자 시민단체들이 나서 시험제도개선을 외치고 있다. 대북사업과 관련돼 수사를 받던 정몽헌 현대아산회장의 투신자살은 재계는 물론 사회전체에 큰 충격파를 던졌다. 심각한 것은 자살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찰청이 밝힌 통계를 보면 10년전에 비해 자살자 수가 2배 이상 늘어나 하루 평균 36명이 스스로 생을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지난 한해에도 1만3천여명이 자살로 숨져 자살자가 교통사고 사망자를 훌쩍 넘어섰다. 여기에 자살기도자까지를 포함하면 그 숫자가 10만명을 넘어 이제 자살은 여간 큰 사회문제가 아니다. 특히 나라의 장래를 책임질 청소년과 대학생들 사이에는 자살사이트가 관심을 끌고 있다고 하는데 자기자신과 사회에 대한 불만,주위 시선에 대한 부담감,가족간의 갈등이 주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우울증이 발병하면서 현실판단능력을 잃고 자살충동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수능성적이 자신의 장래를 결정짓는다는 청소년들의 중압감,대학졸업장이 '실업증명서'라는 대학생들의 자조섞인 한탄 등도 자살의 근본원인이 되는 우울증과 무관치 않음은 물론이다. 자살은 사회병리현상이 심화될 때 더욱 기승을 부리지만 청소년기에는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 현실과 괴리가 생기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을 취하게 된다. 게다가 지금 같은 교육환경에서는 정신적인 심약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어렵고 힘든 세월을 살아 온 부모들이 아이들만은 풍족하게 키우겠다는 사고방식이 오히려 아이들을 약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인생에는 희망과 비전의 장밋빛도 있지만 고통과 절망의 회색빛도 있다는 사실을 가르치는 가정과 사회의 교육이 절실한 시점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