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주말 충북의 한 골프장을 찾아간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토요일 일과시간이 끝나기 전에 나갔다는 점이 거론되기도 하고,지난 상반기 '측근 의혹'이 제기될때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진 강금원씨와 함께 쳤다는 점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보다는 나라 경제가 어렵고 정치적으로도 격변기에 측근 소유의 골프장에서 장시간 보냈다는 점이 문제란 지적이다. "대통령도 골프를 즐길 권리가 있다"거나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해 마음 편히 잠시 쉬는 게 뭐 잘못인가"라는 '응원'의 목소리는 비판성 발언에 묻히고 있다. 국민들이 궁금한 것은 대통령의 상황인식일지도 모른다.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청년실업자,거푸 기록을 경신해 3백50만명에 달하는 신용불량자,30대에서 퇴출당하는 직장인들….우리 경제의 한계선상에서 비탈로 미끄러지는 서민들이 날로 늘고 있는 현실이다. 노 대통령은 '재신임'이라는 유례없는 제안을 정치권과 국민들에게 마치 한판의 승부수처럼 던져놓은 상태다. 재신임 국민투표를 하자면서 제시한 날이 불과 40일 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아직 위헌 여부나 법적 절차도 정리하지 못했다. 대선자금 수사 역시 정치권 전체로 불길이 번지면서 대통령 주변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지난 일요일의 기자간담회를 보면 노 대통령의 관심사는 대선자금과 특검공방에 모아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치적 입지나 자존심에 너무 집착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점퍼 차림에 재래시장이라도 방문하고,돈있는 사람들 편하게 쓰도록 해서 경기활성화를 유도하고,구호나 회의보다는 기업이 실질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간청'하는 대통령을 국민들은 원한다. 자존심 강한 대통령보다 오히려 자존심 버리고 경제를 앞장서 챙기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허원순 정치부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