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환란에 이어 또 다시 기업들의 구조조정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사오정(정년 45세)을 뛰어넘어 삼팔선(정년 38세)이란 냉혹한 풍자가 샐러리맨들을 우울하게 한다. 월급생활자들이 택해야할 미래의 대안은 어차피 창업일 수 밖에 없다. 샐러리맨 생활을 박차고 창업으로 새 인생을 꾸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 2003년 5월9일. 추재형씨(35)에게 이날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2000년말 자의반 타의반으로 8년간의 샐러리맨 생활을 떨치고 나와 '백수'로 보낸 2년여의 시간에 마침표를 찍은 날이기 때문이다. 추씨는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위치한 영연빌딩 4층 한 귀퉁이(4평남짓)에 '프라임 대리운전'이란 회사를 차렸다. '창업한뒤 5개월을 이를 악물고 버텼다"고 그는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리운전업은 무한경쟁이 벌어지는 대표적 업종이다. 추씨의 영업구역이랄 수 있는 종로 일대에서 영업하는 대리운전업체수만 15개. 여기에 불황까지 겹치면서 남는게 거의 없는 사업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대표적인 출혈경쟁이 서울 전지역의 '2만원 서비스'. 대리운전자가 대중교통을 놓쳐 택시를 탈 경우엔 남는게 없다는걸 모르는 업체는 없다. 하지만 일단 가격을 후려치면 그 업체가 문을 닫을때까지 따라갈 수 밖에 없는게 이 업계의 생리다. 추씨는 여러 고비를 넘겨 이제 자기 회사가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자평한다. 현재 직원수는 15명. 종로일대 술집 카페 등을 뻔질나게 드나들며 꾸준히 영업을 펼친 결과 고정고객도 생겼다. 하루 평균 콜(주문)수가 40∼50건 정도. 콜당 대리운전자로부터 사납금 5천원을 떼면 하루 수입은 평균 20만∼25만원. 사무실임대료 전화비와 같은 경비를 제외하면 월 3백∼4백만원을 번다. 창업후 두달간은 적자였다. 석달이 지나서야 몇푼이나마 손에 쥘 수 있었다. 추씨는 현재 4평 남짓했던 사무실을 10평대로 확장키로 하고 임대계약을 마쳤다. 새 사무실에는 직원들의 휴식공간이 마련된다. 박 터지는 경쟁상황을 감안하면 창업 5개월치곤 놀라운 성장이라고 이 바닥에선 평가한다. 추씨는 창업하기전 6개월을 대리운전자로 일했다. 이때 이 사업의 노하우를 터득했다. 창업에 앞서 영업구역의 잠재고객수를 파악해 보기로 했다. 3개월동안 밤마다 종로 일대의 유흥가를 돌아다녔다. 시장조사를 위해서였다. 음식점 술집 카페 등의 업소 숫자를 꼼꼼히 체크했다. 틈틈히 업소 주인들과 얼굴을 익혔다. 대리운전업은 이들 업소 주인과의 인간관계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다른 지역에서 문을 연 대리운전업체와 업무제휴도 맺었다. 종로일대를 제외한 지역에서 주문이 접수되면 협력업체들에 넘기기 위해서다. 괜히 욕심부렸다간 남는 것도 없고 단골고객도 놓치기 십상이다. 현재 서울시내 협력업체수는 13곳. 추씨는 앞으로 여력이 생기면 이들 협력업체를 지점으로 대체해 나갈 계획이다. 눈에 띄는 전화번호도 선점했다. 추씨는 무료전화서비스(080)중 현재 사용중인 2004-365에 이어 2005-365도 미리 확보해 놓았다. 추씨는 또 업계 최초로 도입한 '대리운전 실명제'를 실시하고 있다. 대리운전 기사들로 하여금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적은 개인명함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건넬 수 있도록 한 것. 이 제도는 예상밖의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손님들과 기사들간 신뢰가 쌓이면서 이 업계 최대 골칫거리인 기사 이직률이 크게 줄었다. 기사들을 통한 개인 콜이 증가하면서 회사 수입도 자연스레 늘고 있다. (080)2004-365 글=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