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5월 GM사에서 분리 독립한 델파이. 이 회사는 일반적으로 자동차부품회사로만 알려져 있다. 그러나 델파이의 실체를 알면 놀라는 사람이 많다. 이동전자, 운송부품 및 시스템기술의 세계적 리더로 전세계 43개국에 196개의 공장과 53개의 고객센터 및 판매법인, 32개의 기술연구소 등에 19만8,0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다국적 기업이다. 델파이는 '고객이 있는 곳이라면 세계 어느 곳이라도 간다'는 신념을 갖고 고객과의 관계를 넓혀가기로 유명한 회사다. 실례로 93년 일본에서 도요타 본사에 가까워지기 위해 고객팀을 일본 도쿄에서 남서쪽에 있는 도요타시로 이전했다. 불과 15분 정도의 거리를 옮기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들인 것은 일본에서도 유명한 일화다. 프랑스에서도 르노사와 가까워지기 위해서 고객센터를 9km 옮겼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짧은 거리이지만 고객이 부품을 원활히 제공받을 수 있는 적시납품(Just in Time)시스템을 위해서라면 단 10m의 거리라도 가까이 가 있겠다는 것이 델파이의 기업 신조다. 낯설지만 한국에도 델파이코리아가 진출해 주요 자동차회사에 부품을 제공하고 있다. 89년 델파이코리아로 설립됐고, GM에서 분리된 이후 델파이 한국지사로 변경됐다. 지금은 한국델파이 등 국내 기업과의 6개 합작회사가 있으며 1개의 직영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대우와의 합작으로 대우기전을 설립해 부실로 인해 많은 피해를 봤지만 한국델파이로 이름을 변경한 회사를 지금도 꾸준히 지원하고 있으며 기술이전에 인색한 다른 제조업체와 달리 한국의 자동차산업과 부품산업을 위해 기술을 적극적으로 이전해주고 있다. 지난 2001년 현대자동차 임원을 거쳐 서울대와 KAIST에서 교수를 역임한 이대운 사장은 "델파이 본사에서 아시아 국가 중 한국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중국의 값싼 노동력과 일본의 기술력에 한국이 뒤진다는 염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노동력이 한국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술이 아직 많이 뒤처져 있고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해 기술력이 앞서지만 그 차이가 없어 꾸준히 연구하면 아시아에서 기술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부연설명이다. 델파이는 한때 GM의 한 파트여서 한국을 포함해 세계시장에서 GM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그러나 델파이코리아를 비롯해 지금은 세계 모든 자동차회사를 공략하는 다국적 기업으로 성공했으며 지금은 그 여세를 몰아 안전과 환경 측면에서 자동차부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또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세계의 자동차회사들이 여러가지 부품이나 시스템을 한번에 장착할 수 있는 단위로 만들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에 맞춰 설계, 엔지니어링, 인력 등을 절감하고, 재고를 줄여 경쟁력 있는 회사로 발전하고 있다. 이영석 기자 stone@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