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원 외환은행장이 3일 퇴임했다. 외환은행 이사회는 이날 이 행장이 제출한 사표를 수리하고 이달용 부행장을 은행장 직무대행으로 임명했다. 이 행장은 "외자유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정상화 기반을 다진 만큼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이제는 그동안 소홀했던 가정에 신경쓰면서 쉬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이사회는 외환은행 노동조합 간부 40여명이 회의장과 은행장실 주변을 점거한채 저지투쟁을 벌이는 바람에 11시간 동안이나 개최되지 못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외환은행 인수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엘리트 쇼트 론스타펀드 부회장과 스티븐 리 론스타코리아 회장 등 론스타측 이사들도 노조에 의해 한 때 감금되는 봉변을 겪었다. 결국 이 행장대행이 "론스타측과 긴밀히 협의해 수일 내에 '경영의 투명성과 합법성을 추구하고 노조를 대화상대로 존중한다'는 내용으로 발표문을 내겠다"고 약속한 다음에야 이사회가 열렸다. ◆ 이강원 행장 왜 사임했나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자발적인 퇴임이 아니라는게 금융계의 일반적 분석이다. 지난 주말 론스타측이 사실상 경질 통보를 해왔다는 것. 론스타가 이 행장을 경질한 것은 외환은행의 주인이 바뀌었음을 대내외에 분명히 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행장 교체 이후 외환은행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은행 경영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려는 포석도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은행 인수 과정에서 이 행장이 아무리 '우군'이었다고 하더라도 기존 체제를 이끌어온 수장이라는 한계 때문에 직접적인 통제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 후임행장 누구 내국인 2명과 외국인 1명이 유력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강정원 전 서울은행장과 정기홍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 토드 벗지 도쿄스타은행장 등이다. 강 전 행장의 경우 론스타가 서울은행 인수를 시도할 때 좋은 인상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부원장은 론스타가 관가 출신 CEO를 선택할 경우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으며 토드 벗지 행장은 론스타 체제 하에서 이미 검증을 거친 은행장이라는 것이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