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토넷이 미국계 투자회사인 워버그핀커스에 매각된다. 이에따라 현대오토넷의 대주주인 현투증권과 현대투신의 매각작업에도 가속도가 붙게 됐다. 금융계 고위관계자는 3일 "최근 하이닉스와 현투증권이 갖고 있는 현대오토넷 지분 입찰 결과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워버그핀커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입찰에는 다수의 국내외 기업들이 참여했으나 관심을 모았던 현대자동차그룹이나 세계적인 카오디오업체인 독일의 하먼은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대상 지분은 현투증권이 보유한 34.98%와 하이닉스가 갖고 있는 23.42% 등이다. 매각가격과 관련 금융계 관계자는 "고 정몽헌 회장이 현투증권에 사재로 출연하면서 잡아놓은 장부가격이나 하이닉스의 장부가격보다 높은 선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투증권 매각작업 가속화 워버그핀커스가 최종 실사후 대금을 지불하면 이 돈의 상당부분은 현대투신 및 현투증권 부실 해소에 투입된다. 과거 고 정몽헌 현대 회장이 현대 금융계열사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현투증권에 사재를 출연하면서 현대오토넷 지분을 내놓은 데 따른 것이다. 현투증권 및 현대투신을 푸르덴셜에 매각하려는 정부로서는 매각에 앞서 공적자금을 투입해 자본금 부족분을 메워줘야 한다. 현재 투입될 것으로 추정되는 공적자금 규모는 2조원 정도로 전망된다. 현대오토넷 매각대금으로 일부를 충당한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현대오토넷이 최종 원매자에게 팔리지 않고 워버그핀커스라는 금융회사로 넘어간 것도 막바지에 접어든 현투증권 및 현대투신 매각작업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편 현대오토넷의 또 다른 대주주인 하이닉스는 지분 23.4% 매각으로 1천억원 상당의 자금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자금은 투자자금 조달에 애를 먹고 있는 하이닉스의 경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목되는 경영권의 향배 워버그핀커스는 국내에서 LG카드의 외국인 최대주주 등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제조업체를 인수해 경영하는 패턴의 투자는 거의 없었다. 따라서 워버그핀커스가 현대오토넷 경영권을 인수하더라도 회사를 직접 경영하기보다 전문경영인을 앞세워 회사의 가치를 높인 후 이를 최종 원매자에게 다시 매각할 것이란 게 일반적 전망이다. 김학주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현대오토넷에 관심을 두고 있는 회사는 국내 업체 외에 일본 독일업체 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워버그핀커스가 보유한 후 최종적으로 자동차 메이커나 부품업체에 경영권이 넘어가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오토넷은 차세대 부품산업으로 떠오른 카 내비게이션 등의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기술을 갖고 있어 국내외 업체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약점은 있다. 현대·기아자동차에 대한 납품 비중이 너무 높다는 것.현대·기아차가 관련 제품의 구매를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로 돌릴 경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미 현대모비스는 이 분야에 발을 깊숙이 들여놓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모비스가 단기간에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현대오토넷을 인수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며 "현대오토넷 경영권의 최종적인 향방에 현대모비스가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열·김용준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