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대한상의 회장이 "규제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정부가 민간을 이끌어야 한다는 지도의식이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공무원들은 내가 아니면 국민,기업을 누가 살피랴는 우월의식부터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참으로 적절한 지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제 우리 경제가 성년기에 접어든 이상 그 경제규모에 걸맞게 정부 역할에 대한 인식도 달라져야할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만사를 정부에서 간여하고 주도하겠다는 전시대적이고 반시장적인 사고는 더이상 바람직하지 않다. 민간주도형 경제운용이 돼야 하고,그래야 시장의 기능과 효율이 살아날 수 있다는데 이론(異論)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정부당국자들의 현실인식은 여전히 60년대식이다. 그 단적인 예가 주주총회에서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겠다는 공정위 발상이다. 전자투표를 하든 기립투표를 하든,아니면 거수투표를 하든 왜 공정위가 끼어들어야 하는지 그 까닭을 이해할 수가 없다. 전자투표가 아니면 의결권 행사와 그 결과에 대한 집계가 어렵고 부정이 게재될 여지가 있다는 우려라면,한마디로 민간기업과 그 소액주주에 대한 모독이다. 자기들 말고는 걸음마도 못하는 어린아이인 것처럼 간주하는 그런 사고방식이야말로 유치하기 짝이 없는 일이고,그래서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사사건건 간여하지 않으면 불안해지거나 스스로의 존재의의를 찾지 못하는 형태에다 잘못된 편견까지 겹친 경제정책이라면 더더욱 문제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출자총액한도제를 계속 고집하는 것이 글로벌경제시대에 과연 걸맞은 일인지 공정위 관계자들은 생각해봐야 한다. 외국 뮤추얼펀드가 국내기업을 몇 개씩 인수해도 공정거래법과는 전혀 무관한 일인 반면 국내기업은 기존 투자회사의 증자에 참여하는 것도 규제 대상이 되는 게 '공정'한 일일 수는 없다. 이른바 의결권승수(대주주의 실제지배력 행사분/대주주 보유지분)가 6이면 문제고 3이면 괜찮다는 잣대도 그 논리적 근거나 경험적 판단기준이 있는지 의문이다. 대기업들이 다투어 중국행을 서두르고 그래서 실업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까닭이 전적으로 인건비에만 있다고 봐서는 안된다. 시장의 본질을 악으로 보고,쉬지 않고 그것을 개혁하려 들기 때문에 빚어지는 문제가 한둘이 아니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시장에 대한 불필요한 간여는 자제돼야 마땅하고,그러려면 정부가 민간을 지도해야 한다는 전시대적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