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은행들이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국내 금융시장의 '안방' 공략 시도를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은행들은 중국 등 해외 진출을 서두르고 있어 극명한 대비를 보이고 있다. 외국계 은행들이 국내 은행의 지분 인수 등을 통해 금융시장 장악을 본격화하면국내 금융권은 그동안 한국 금융시장의 인수.합병을 주도해온 투자펀드들에 비해 훨씬 더 위협적인 존재들과 맞닥뜨려야 할 것으로 우려된다. 2일 금융계에 따르면 HSBC, 씨티, 스탠다드 차타드 등 외국계 은행들은 이미 한미, 제일, 외환 등 국내 은행의 지분 인수를 추진하면서 국내 소매금융시장 진출을본격화하려는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기관이 한미 등 국내 은행의 지분을 인수하면 일시에전국적인 점포망을 갖추게 됨에 따라 소매금융 등 우리 나라의 금융시장 판도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 위기 직후 외국계 금융기관의 국내 금융시장 진출을 외자(外資) 펀드들이주도했다면 최근의 움직임은 외국 은행들에 의한 것으로 펀드들이 지분 매각 차익을노린 단기 투자 수준이었던 반면 외국계 은행들은 실질적으로 국내 금융시장 장악을시도할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국민, 신한, 하나, 외환 등 국내 시중은행들은 이에 대처하기보다는 동북아 허브 금융시장 구축과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목표로 중국 등지에서 은행 인수와 지점 개설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민은행은 아시아 지역은행(Regional Bank)으로 도약한다는 팬 아시아(Pan Asia) 정책에 따라 인도네시아 은행 BII를 인수한 데 이어 아시아 지역 내 다른 국가의은행들을 추가로 인수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 중이다. 김정태 행장은 BII 인수에 약 6천만달러를 투자했으며 앞으로 해외 투자 규모를더욱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22일 중국에 상하이(上海) 푸둥(浦東)에 상하이지점을 개설하고 상하이지점을 홍콩 현지 법인과 텐진(天津)지점 등 중국의 주요 지역을 연결하는 금융 네트워크의 중심축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외환은행은 지난달 17일 베이징, 텐진, 다롄에 이어 중국에서 네 번째인 상하이지점을 개설했으며 앞으로 베이징-톈진-다롄-상하이-홍콩으로 이어지는 네트워크와중서부 지역의 청두(成都) 및 충칭(重慶) 네트워크도 확충하겠다는 구상이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31일 중국 중국 칭다오(靑島)국제은행 지분 50%를 제일은행에서 850만 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내년까지 2천800만달러를 증자해 중국 현지인과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인민폐 영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또 칭다오은행 지분 인수를 계기로 중국 상하이지점과 신설 예정인선양 선양(瀋陽)지점을 총괄하는 중국 지역 본부를 개설하고 본격적인 중국 경영에나설 방침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해외 금융시장에서의 성공은 장기에 걸쳐 대규모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은 해외 지점이 거의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라고 지적하고 "외국계 은행의 본격적인 국내 시장 진출을 앞두고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