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형' 창업 붐이 일고 있다. 외식,도소매,서비스 등 업종에 관계없이 업그레이드형이 창업시장의 대세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이같은 경향이 나타나는 이유는 두가지다. 우선 차별화 전략이란 측면이 있다. 예를들어 분식집을 하더라도 학교앞 허름한 점포에서 질 낮은 상품으로 학생 손님을 끄는 정도로는 경쟁력이 없다. 현재 나타나는 업그레이드형 분식집들은 하나같이 깔끔하다. 인테리어는 물론 상품 질도 상당히 높다. 반면 가격은 저렴하다. 이런 경쟁력이 아니면 불황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 또 다른 면은 사업자 입장에서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창업 전문가들은 "신규 업종은 시장을 개척해야하는 위험이 있는 반면 업그레이드 업종은 기존에 검증된 업종을 대상으로 수준을 한단계 높이는 것이기 때문에 사업이 안정적이란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업종별 업그레이드 내용을 알아본다. ◆음식점=보쌈,감자탕,순대와 같은 전통 한식집들도 업그레이드 되는 추세다. 이들 사업은 대중적이기는 하나 허름한 점포를 연상하게 해 세련된 이미지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전통음식점도 대형화하면서 모습을 바꾸고 있다. 인테리어 변화 뿐만 아니다. 조리의 매뉴얼화로 맛 전수가 가능하게 됐다. 조리가 체계화 되다보니 조리시간이 단축되고 손님도 늘게 됐다. 분식점도 마찬가지다. 매장 모양은 물론이고 맛도 다양해졌다. 한국식 메뉴에 중식 일식 등 이국적인 맛을 곁들인 퓨전 메뉴를 선보이는 업그레이형 분식점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맥주 전문점=맥주 전문점은 가장 흔한 주류 전문점으로 저렴한 가격과 편안한 분위기로 대중과 밀접한 사업이다. 맥주점은 전국적으로 약 3만개에 달한다. 이중 프랜차이즈형 가맹점은 6천여개. 종전에 맥주 전문점 경쟁요소는 가격이었다. 싸고 푸짐한 안주를 주는 곳이 최고였다. 그러나 술 문화가 바뀌면서 맥주점은 단순히 술 마시는 곳이 아니라 즐기는 문화공간으로 변했다. 이제 맥주전문점도 과학적인 메뉴 개발과 이벤트 개최,고객에 맞는 분위기 조성이 필수적인 경쟁요소로 등장했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브랜드를 두루 구비한 세계맥주전문점,이벤트를 내세운 이벤트 주류전문점,독일식 소량 생산 맥주를 제공하는 하우스맥주 전문점,고객 취향에 초점을 맞춘 여성우대 맥주점 등이 잇따라 나타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교육사업=국세청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학원 수는 2002년을 기준으로 6만7천6백21개,매출액만도 4조6천5백52억원에 달한다. 수가 많은 만큼 경쟁도 치열해 문을 닫는 학원 수도 적지 않다. 평범해서는 살아남기 힘든 시장이다. 정부의 교육방향도 주입식 교육 일변도에서 창의력을 길러주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프로그램의 업그레이드가 시급한 분야가 바로 교육사업이다. 이에따라 사고력과 창의력 계발을 표방하는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지만 정작 프로그램이 차별화를 이룬 곳은 그리 많지 않은 실정. ◆비디오게임방=PC방도 업그레이드 되고 있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1995년 국내에 첫 선을 보인 이래 PC방은 가장 수익성 높고 운영이 손쉬운 사업 중 하나였다. 그러나 개인 PC 및 초고속인터넷망의 보급률이 높아지고 PC의 가정 이용률이 높아짐에 따라 급격히 수익성이 떨어졌다. 게다가 너무 빨리 시장이 팽창,경쟁이 극심해진 것도 문제로 꼽혔다. 이 때문에 IMF이후 2만5천개 이상이 성업했지만 현재는 2만개가 조금 넘는 수준으로 줄어들었다(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집계). 이에따라 나타난 것이 비디오게임방.기존의 PC방 형태이면서 PC게임 대신에 비디오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곳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1백여개의 비디오게임방이 운영되고 있다. 비디오게임방은 와이드한 영상에 3차원 그래픽과 고음질 사운드를 제공,고객층이 두터워지고 있다. ◆보드게임 카페=현재 신촌이나 홍대,신림동 같은 대학가 주변에 속속 생겨나 기존 카페들을 대체해가고 있다. 요금은 1인당 2시간에 3천원 정도로 PC방과 비슷한 수준이다. 보드게임 카페가 각광받는 것은 젊은이들의 놀이문화가 '개인'에서 '공동체'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혼자 앉아 컴퓨터만 들여다보던 PC게임과는 달리 인간적인 멋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의 무미건조한 카페들이 보드게임 카페로 간판을 바꿔단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