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최종 면접을 직접 눈으로 볼 기회가 있었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학생들은 모두 취업할 자질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최종 면접이니만큼 그들의 복장도 세련되고 잘 '포장된' 모습이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날 면접을 본 학생들 중에는 한 명도 입사할 적격자가 없다고 느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취업을 원하고 적어도 1년 이상 준비한 지원자는 없는 듯했다. 어떤 학생은 그 회사에 대한 사전 지식이 부족했고 일부는 입사원서를 제출하고 나서야 서둘러 그 회사를 '연구'한 것처럼 보였다. 즉 자신에 맞는 직장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회사를 대충 정하고 그 후에 준비하는 수순을 밟은 것으로 보였다.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적성이나 비교우위가 회사의 핵심역량과 맞아야 하는데 이 단계를 간과하고 지원한 것이다. 두번째는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질문이나 해당 회사의 업무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다. 예를 들어 최근 거의 모든 학과에서 전공 트랙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해당 회사에 맞는 전공 트랙을 전공한 학생이 드문 것으로 보였다. 세번째는 '차별화 되지 않은' 입사원서를 전공이나 전공트랙에 관계없이 여러 곳에 낸 지원자들이 많아서 자기소개서에 근거한 질문이나 비교적 쉬운 전공 관련 질문에도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네번째는 일반적으로 면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기업문화나 최근 상식관련 질문에 대해 '힘이 실리고 설득력 있는' 답변을 하는 학생이 드물었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모르는 지원자가 예상외로 많았다. 예를 들어 글로벌화 시대에 회사의 기대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는 영어면접에서 잘 나타났다. 영어를 '상대적으로' 잘하는 학생들은 영어만 잘하면 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영어를 잘 못하는 학생들의 답변을 들으면서 '그것도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느냐'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학생들은 입사 후 자기계발을 소홀히 할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자신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적당히 지원하고,면접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고,회사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대다수의 최종 면접자들을 볼 때 대학에 있는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대학생들이 취업난을 겪고 있는 것은 비단 경기가 부진해 발생한 노동수요 측면에만 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학생들의 자질이 우수하고(노동공급 측면) 이들이 입사해 높은 생산성을 보일 경우 고용이 창출되는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한가지 염려되는 점은 취업난이 문제시되자 방송매체에서 마치 면접에 비법이 있는 듯한 프로를 진행하고,이에 더해 각종 구인·구직업체 종사자들이 전문가인 것처럼 방송에 출연하고, 대학에서 특강을 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이들이 채용과정에도 참여한다는 말까지 들었다. 옥석이 가려지지 않은 구인·구직업체 종사자들에게 채용을 맡긴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최악의 취업난을 겪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채용전략이 좋은 회사들도 대학생보다는 경력자를 선호하는 이유를 냉철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대학교육이 바뀌면 대졸자의 취업난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보면 가정과 대학,대학생이 바뀌지 않는 한 대졸자의 취업난은 경기 회복과 성장세가 이어져도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대학생들이 레먼이 아니고 오렌지가 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과연 우리 대학생들이 미국 대만 싱가포르 등에 비해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을까? 가능하다면 화이트칼라 인력도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이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이라고 여기는 회사들이 얼마나 될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