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인수·합병(M&A)설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외환은행이 미국계 투자펀드인 론스타에 매각된 데 이어 제일은행과 한미은행 매각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증폭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하나은행 지분을 인수하려는 외국계 은행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번 M&A 바람의 특징은 인수자로 부각되는 주체가 대부분 해외에서 은행업을 영위하는 은행이라는 점.투자펀드가 주류를 이뤘던 이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제일은행=영국계 HSBC은행이 뉴브리지 캐피털이 보유한 지분 48.56%를 인수,경영권을 확보하는 게 확정적이라는 설이 유포되고 있다. 12월3∼4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이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돌고 있다. 제일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인수설과 관련해 어떤 사실도 확인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뉴브리지 캐피털은 지난 99년 12월 제일은행 지분 51%(1억주)를 5천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지난 6월 정부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행사하면서 지분율이 50% 미만으로 떨어졌지만 정부와의 계약에 따라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다. ◆한미은행=칼라일-JP모건 컨소시엄이 지분 36.6%를 매각하기 위해 해외 투자자들에게 오는 15일까지 인수제안서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5일은 칼라일-JP모건 컨소시엄의 주식매각 제한기간이 풀리는 날이다. 한미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외국계 투자자로는 HSBC,스탠다드 차타드,GE캐피털,ABN암로,씨티그룹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중 특히 스탠다드 차타드는 지난 8월 삼성그룹이 갖고 있던 한미은행 지분 9.76%를 한꺼번에 매입해 정부를 제외할 경우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한 바 있어 특히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나은행=제일·한미은행과는 달리 경영권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하나은행은 서울은행과의 합병 이후 예금보험공사가 갖고 있는 지분을 주당 1만8천8백30원에 매입,현재 자사주 지분율이 16.32%에 달하고 있다. 또 내년 말까지 추가로 9.27%를 매입해야 해 이를 어떤 식으로든 팔아야 하는 부담을 지고 있다. 하나은행은 현재 자사주 19% 매각을 위해 3∼4개 투자자들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최근까지는 일본 신세이은행(옛 일본장기신용은행)에 15%를 매각하는 협상을 벌여 왔으나 양측이 제시하는 가격이 크게 차이가 나 사실상 결렬됐다. 그렇다고 신세이은행이 지분 인수 후보군에서 완전히 배제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씨티그룹 등 다른 후보들보다는 인수 의지가 강한 편이어서 여전히 협상 타결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게 하나은행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