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9년만의 최고치인 7.2%(연율)를 기록했다고 한다.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미국경제가 이처럼 높은 성장을 하는 동안 우리는 과연 무엇을 했는지 참으로 답답하기만 하다. 미국경제가 당초 예상(6.0%)을 뛰어넘는 고성장을 한 것은 경기가 내수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들어섰음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일본 유럽 중국 등 다른 주요 경제권도 함께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실로 오랜만에 호조건의 경제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한국경제는 모처럼의 기회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내수는 부진의 늪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고 수출도 전체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엔 역부족이어서 올해 성장률은 외환위기 이후 최저수준인 2%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상승무드인 세계경제에서 한국만 '외딴 섬' 신세인 셈이다. 형편이 이런데도 나라 상황은 난마처럼 얽혀가고만 있으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정치권은 불법정치자금 공방에 휘말려 서로 헐뜯느라 날을 지새고 있다.기업들은 파행 정국에서 언제 불똥이 튈지 몰라 내몸 하나 지키기에도 힘이 모자랄 지경이고 노동계는 내 몫찾기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 경제활력을 회복하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이대로 가다간 기회도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버릴 수밖에 없다. 특히 정부는 심각한 위기의식을 갖고 흐트러진 경제주체들의 힘을 결집시키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