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진통 끝에 회장단중 최연장자인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을 회장대행으로 선출했지만 강 회장이 또다시 강력한 고사의사를 밝혀 흔들리는 전경련의 `제자리 찾기'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예상된다. 강 회장은 31일 건강상의 이유로 회장직을 맡지 않겠다고 밝힌 후 동아제약 회장실에도 출근하지 않고 잠적했다. 전경련측은 "최연장자가 전경련 정관에 따라 자동적으로 대행을 맡는다"면서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강 회장 대행체제가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재계가 구심점을 잃고 흔들리면서 리더십을 회복할 수 있는 실세회장 선출에 실패한 데 이어 가까스로 추대한 대행회장 마저 회장직을 맡지 않겠다고 버티면서 전경련의 모양새가 이상해 졌기 때문이다. 전경련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흔들릴수록 재계에서 차지하는 전경련의 위상은갈수록 초라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미 LG와 현대차가 전경련에 대한 반발을 공공연하게 표출하고 있는데다 주요그룹 총수들이 전경련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전경련이 재계의 대표단체라는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더해 회장선임 문제가 계속 표류될 경우 전경련은 한국경제를 이끄는 총수들의 모임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당분간 실체적인 실천역량의 뒷받침 없이 성명서나 건의문을 내는데 그치는 `종이 호랑이'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과거에도 회장을 뽑는 데는 항상 우여곡절을 겪었으며 전경련 회장 및 원로자문단의 강 회장에 대한 추대의사가 강하기 때문에 강 회장이 어쩔 수 없이 회장직을 수행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는 쪽이 우세하다. 그러나 강 회장의 회장직 수행 여부와는 관계없이 실세회장 체제가 복원되지 않는 한 전경련의 위상회복이 요원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정치자금 사태가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정부의 재벌개혁의지도 여전해 실세회장이 정부와의 갈등이라는 부담을 무릅쓰고 전경련 회장을 맡을 가능성은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전경련 회장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되지 않을 경우 재계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전경련 해체론'이 더욱 힘을 얻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신삼호기자 s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