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승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끝내 낙마했다. 올초 SK글로벌의 분식회계에 연루돼 상처를 입었던 손 회장은 최근 정치권에 대한 SK그룹의 비자금 제공 사건이 터져나오면서 더 이상 회장직 수행이 어렵다고 보고 30일 사퇴했다. 이로써 손 회장은 지병으로 회장직을 중도 하차한 최종현 전 선경그룹 회장과 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물러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 이어 임기(2년)를 채우지 못한 세번째 회장이 됐다. 손 회장은 퇴임사를 통해 회원사와 국민들에게 깊이 사과하며 SK사태에 따른 모든 파문을 개인적인 '부덕의 소치'로 돌렸다. 손 회장은 자신의 사퇴를 계기로 투명한 상생의 정경협력이 이뤄지기를 기원했다. 그는 "우리 경제의 고도 성장과정에서 잉태된 기업의 부실처리와 고비용 정치구조로 인해 불가피했던 정치자금 문제는 반드시 사라져야 할 과거의 유산"이라며 "하지만 과거의 문제에만 매달려 교각살우(矯角殺牛:뿔을 고치려다 소를 죽이는 것)의 우를 범하지 않도록 모두가 슬기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다시는 과거의 문제로 불행해지는 기업과 기업인이 없도록 제가 마지막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고 말했다. 또 "국내 총생산 1조달러 달성을 통해 동아시아경제의 역동적인 주체로 도약하기 위해 정부와 재계,우리 사회 각계각층이 한 마음 한 뜻이 돼야 한다"며 퇴임사를 마무리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